[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이대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의 담당 주치의를 비롯해 의료진 7명에 대해 1심에서 전원 무죄가 선고됐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속내는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물론 의료진에 대한 무죄선고는 환영의 입장을 밝혔으나, 재판부가 의료진의 환자에 대한 주의의무 소홀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의협은 의사의 의료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견지하면서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에 만전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3부(부장판사 안성준)는 21일 오후 2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대목동병원 조수진 교수 등 의료진 7인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당초 검찰은 지난달 16일 주치의였던 조 교수와 박 교수 등에 금고 3년, 간호사 등 다른 의료진 5명에게는 금고 1년 6개월부터 2년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의료진의 환자에 대한 주의의무 소홀을 인정하면서도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주사제 분주과정·의료진이 환아들의 로타 바이러스 감염 간과한 점 등에 대해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봤으나, 해당 과실이 주사제 오염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일부 주사기가 증거물 수집 전 다른 오염원과 혼재되는 등 외부 오염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단정할 수 없고, 패혈증 감염 시점을 의무기록만으로 확인하기 어렵거나 감염 발생(2017년 12월 15일) 이전에 이미 식사량 감소·무호흡 등 증상이 있었다는 점도 거론했다.
이와 함께 동일한 과정을 거친 주사제를 투여 받았으나 패혈증 증상을 보이지 않은 다른 신생아가 있다는 사실도 짚었다.
재판부는 “의료사고 형사사건에서는 과실 여부와 인과관계 모두 엄격하게 증명돼야 한다”며 “2017년 12월 15일 당시 환아들이 맞은 주사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된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되지 않은 이상 의료진 과실로 주사제가 오염이 됐고,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사망했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1심 결과에 대해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검찰 항소 전망 속 의료계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총력"
이날 재판을 방청한 의협 최대집 회장은 의료진에 대한 무죄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없어야 한다는 의료계 기본 입장과 차이가 있다”며 복잡한 속내를 내비쳤다.
특히 최근 성남의 한 병원의 응급실에서 복부통증으로 내원한 어린이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집행유예 등을 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에 경주할 것을 다짐했다.
최 회장은 “명확한 증거주의에 입각해 무죄판결을 내린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의료계 기본 입장과 무죄 판결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가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은 ‘의사들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며 “고의랄지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의료행위, 고의에 준하는 중과실 등을 제외하고는 의사가 형사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의학적 판단에 따른 진료과정에서 업무상과실로 인한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등 특례(의료분쟁특례법)을 제정함으로써 분쟁으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구제와 함께 안정적인 진료환경 보장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한편, 지난 2017년 12월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신생아 4명이 동일한 주사를 맞은 후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3월 역학조사를 통해 해당 주사제는 분주과정에 오염됐을 개연성을 지적했고, 경찰 조사결과 분주관행은 이대목동병원 개원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