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간의 시범사업을 진행한 전문가평가제에 의료기관 내 성희롱, 성폭력 및 폭행 사건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한의사협회는 29일 협회 회관에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중간결과 보고 및 향후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진행한 시도의사회들은 전문가평가제의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의료계 내 성폭력 및 직원들 간 상하관계에 따른 폭행 사안이 전문가평가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광주광역시의사회는 올해 초 발생한 카데바 인증샷 사건과 지난 9월 모 대학병원 전공의 성추행 사건이 전문가평가제 평가대상에서 제외돼 평가하지 못했다.
전문가평가제는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로 규정된 항목에 대해서만 평가할 수 있다.
전문가평가 대상은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진료행위 ▲비도덕적 진료행위 ▲거짓 또는 과대 광고행위 ▲불필요한 검사나 투약·수술 등 지나친 의료행위를 하거나 부당하게 많은 진료비를 요구하는 행위 ▲전공의 선발 등 직무와 관련해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하려는 환자를 영리목적으로 자신이 종사하는 의료기관으로 유인하는 행위 ▲자신이 처방전을 발급해 준 환자를 영리목적으로 특정 약국에 유치하기 위해 약국 개설자나 종사자와 담합하는 행위 등이다.
광주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 양동호 단장은 “전문가평가제 대상이 좁게 한정돼 있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여러 문제에 대해서는 방관할 수밖에 없다”며 “직원 성추행과 전공의 부당대우가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의사회 전문가평가단 신정호 부단장도 “앞으로 평가대상의 범위에 의료인 간 폭행이 포함돼야 한다”며 “사적인 공간에서의 폭행은 하지 못하더라도 진료 중, 수술 중, 응급실에서의 폭행은 포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전문가평가제에 성폭력을 포함한 병원 내 폭행 문제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위원은 “전문가평가는 의학 전문직업성 구현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로, 전문가답지 않은 행위의 평가범위는 진료행위는 물론 의사의 비도덕적 언행까지 포함돼야 한다”며 “성적으로 부도덕한 행위와 언행, 병원 내 폭행 등도 평가대상이 돼야 하며 환자 대상, 동료의사 대상, 동료 직원 대상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전문가평가를 진행할 때 조사를 거부하는 경우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광주시의사회 양동호 단장은 “전문가평가제는 사법적 권한이 없어 조사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시의사회 황성택 전문가평가단장도 “피조사자에 진료기록부, 환자 명단, 연락처, 주소 등을 요청할 때 개인정보보호법 관계로 제출을 거부하면 한계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 내에 발생하는 성폭력, 폭행 사건이 전문가평가제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법조계의 해석도 나왔다.
법무법인 선우의 이준석 변호사는 “병원 내에서 전공의를 성추행하고 폭행하는 일이 단지 진료 중에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사의 품위를 손상시킨 행위가 아니라고 할 수 있나”라며 “이는 업무수행과 관련이 있는 행위로 의사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政 “직무관련 폭력도 평가대상 포함되도록 계획 중”
보건복지부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병원 내 폭행 및 성폭력 문제를 전문가평가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용 사무관은 “전문가평가제는 진료과정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 전문가인 의사들이 봐야 알 수 있다는 데서 시작됐다”며 “최근 전공의나 간호사 폭행 및 성폭력 문제 등 비인권적인 행위가 불거지고 있는데, 이러한 행위도 평가대상에 포함되도록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병원 내 성폭력 및 폭행 문제를 단지 사법적인 판단에 맡기는 데 그치지 않고, 의료현장을 잘 알고 있는 의료인들의 평가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권 사무관은 “진료과정의 부도덕함은 의학적인 부분인데 폭행 등은 사법당국에 맡겨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폭행 및 성폭력의 직무 관련성은 의료현장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며 “이에 대해 전문가평가단이 조사하는 게 바람직하며, 인지하는 과정 역시 정부나 사법당국보다는 내부서 파악하는 것이 신고를 원활히 할 수 있다는 데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권 사무관은 “비도덕한 품위손상에 직무와 관련된 폭행 부문을 추가하는 시행령 개정 작업도 할 수 있겠지만,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평가단의 지침 개정을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평가제의 전국적인 확대 방침도 시사했다. 권 사무관은 "전문가평가제는 의정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바람직한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전국에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정부의 정책 방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