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활용 간호등급제 개선 방안 '시끌'
협회·병원계·복지부 '필요성 공감' vs 간협 '직역이기주의 발상 반대'
2018.07.05 05:4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간호등급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간호조무사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데 의료계와 정부가 공감했다.

하지만 간호등급제의 주체격인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가 해당 발언 내용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제도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높아보인다.


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간호등급제 시행 20년 평가와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이같은 논의가 이뤄졌다.
 

보건의료혁신포럼 신희복 정책위원장은 ‘간호등급제 평가 및 개선방안 제안’ 발제를 맡아 "지방·중소병원의 인력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간호조무사 활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은 “간호사 인력 확충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간호등급제를 시행했지만 실제 지방·중소병원 간호사 인력 문제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면서 “상급종합병원과 병원급 임금 및 근무여건 격차를 해소하고 지방도시 의료기관 취업을 기피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간호조무사 활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시행된 간호등급제는 상급종합병원 및 대형 종합병원 간호사 확보에는 기여했지만 지방·중소병원 간호사 확보는 ‘포기 상태’에 이르게 했기 때문에 반쪽의 성공인 동시에 반쪽의 실패”라면서 “직무교육을 이수한 간호조무사에 대해 업무범위를 확대하고 간호등급제에 산정될 수 있도록 제도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원계와 정부 역시 이 같은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대한병원협회 김병관 부위원장은 “중소병원 간호사 근무환경을 위한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간호보조인력 숫자를 늘리는 인력조합 모형을 개발하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현행 간호사 인력기준을 유지하더라도 과중한 업무 부담이 경감될 것이다. 나아가 간호사들의 이직을 방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곽순헌 과장은 “간호등급제에서 조무사들이 인력기준에 배제됐다는 것에 대해 인식할 필요가 있다”면서 “의료계 내 많은 단체들이 20년 된 간호등급제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3차 상대가치 개편을 위한 논의 과정에 이를 검토할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전했다.


곽 과장은 “이를 위해서는 질(質) 관리를 위한 전문교육이 필요하다. 정부도 나서서 통합적으로 자격관리를 시작했다. 간호조무사가 전문성을 향상하고 교육을 통해 간호의 질을 높여 취업 영역도 확대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간호인력과 관련해 TF 설치를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간협이 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 논의를 넘어 구체적인 제도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간협을 의식한 듯 현장에서는 “한 단체의 반대 때문에 시작이 어렵다”는 말이 여러 차례 오갔다.


간협, 토론회 내용 비판하는 성명 발표

실제로 토론회 직후 대한간호협회는 성명서를 발표해 일부 주장을 문제 삼았다.


간협은 “간호등급제의 도입 목적은 간호사가 제공해야 할 전문적인 간호서비스가 환자, 보호자, 간병인 등 비전문인력에게 전가됨으로써 의료기관의 입원 서비스 질이 낮아지는 것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간호관리료가 입원료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기 때문에 단순히 간호사에 대해서만 보상하고 간호조무사는 배제하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입원서비스에 대해 포괄적인 보상을 하는 것이므로 간호사 업무를 위임받아 행하는 간호조무사의 업무보조행위 또한 현행 수가체계에 포괄적으로 포함돼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지방 중소병원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간호사 인력기준을 완화하고 간호조무사 인력을 증원한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전혀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간협은 “입원병동 내에서 가족 간병이 이뤄지는 등 후진적 입원병동 환경 및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2015년 전격적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법제화되고 도입됐다”면서 “우리나라 간호환경에 대한 문제점과 제도 도입의 목적은 도외시하고 간호조무사인력 활용이라는 관점에서 인력 증원 모델을 제시하는 것은 직역이기주의적 주장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병원 간호인력 문제 해결 방안 모색은 어디까지나 열악한 중소병원의 간호인력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간호사 이직률을 낮추고 인력을 확보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라며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이 기준이 돼야지 어떤 직역 확대와 활용이 주장의 근거가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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