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백신 거부 운동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홍역이 국내서도 확산됨에 따라 이를 비롯해 자궁경부암 백신 등의 부작용이 지나치게 부풀려지는 현상이 다시금 문제가 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반 동안 전국 6개 시도에서 42명의 홍역 확진자가 발생해 이례적인 숫자를 기록했다.
환자 42명 중 20~30세가 21명으로 절반을 차지했고, 1~4세 10명, 11개월 이하도 8명에 이렀다. 이 가운데 20세 이상 성인 22명 중 백신 접종력이 없거나 모르는 경우가 50%에 달했다.
질본이 분석한 결과 이번 홍역은 해외에서 유행하는 유전자형을 띠고 있다. 현재 필리핀·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과 중국, 유럽에서 홍역이 확산되는 중이다. 특히 유럽의 경우 백신 거부 운동으로 2차 접종률이 85% 이하로 낮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홍역 유행은 예방 접종 기피 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홍역환자 중 증상이 있는 37명 중에서 1명만이 2회의 접종을 모두 시행했고 나머지 36명은 접종을 시행하지 않았거나 불완전 접종 혹은 접종력을 모르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홍역 백신 접종 비율은 98%에 달해 자생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은 낮지만 해외 유입 경로를 막기 어려우므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이미 2011년에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논문 결과가 조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백신의 유해성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대구의 모 한의사가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라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백신을 폄하하고 ‘수두 파티’를 해야 한다는 발언을 일삼은 바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국가필수접종사업에 포함된 지 3년이 되어 가는 자궁경부암 무료 백신의 접종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시군구의 자궁경부암 백신 평균 접종률은 49.1%에 그쳤다.
자궁경부암 백신이 국가접종에 포함된 2016년 당시 뇌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국회에서까지 거론된 탓이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본부 측은 “WHO에서도 자궁경부암 백신의 안전성을 인정했으며 부작용 사례가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는 일본에서도 백신 접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며 “국내서도 98만 건에 달하는 접종 건수 중 이상반응은 76건에 불과했으며 중증 이상반응은 신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소경아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백신 접종으로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여성암이며 지금까지 보고된 부작용 또한 의사와의 상담이 없었던 경우나 중증이 아닌 것이 대부분”이라며 “우려와 달리 대부분의 국가에서 안전하게 예방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청과의사회는 “향후 감염병 발생이 있을 때 언론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는 보도를 해야 하며 정부는 전문가들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혼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