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가에 시달리는 시립병원과 지방의료원이 재활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 어린이병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세의대 박창일 명예교수는 19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된 지방어린이재활병원 토론회에서 ‘지방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의 필요성과 운영방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박 명예교수에 따르면, 국내 등록 장애인 수는 2014년 기준 약 249만명으로 이중 장애수당을 지급받는 어린이의 수는 2만1,181명이다.
뇌성마비 발생률은 인구 1,000명 출생당 2.7명으로 2014년 기준 44만명이 출생했으니, 한 해 1,188명의 뇌성마비 아동이 태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전문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전국에서 올해 개원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하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뿐이다.
박 명예교수는 국내 장애아동의 재활치료가 낮은 수가로 인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공공의료기관이 이를 맡아야 한다고 했다.
일본도 국가가 202곳, 독일은 140곳, 미국은 40곳을 어린이재활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국가 운영의 어린이재활치료 전문 의료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소아 재활치료를 위해서는 소아재활의학 전문의, 소아신경외과 전문의 어린이재활 전문 간호사, 소아물리치료사, 소아작업치료사 등의 협력이 필요한데 현 재활치료 수가로는 민간에서 재활병원 설립과 운영이 어려운 만큼, 공공의 영역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 명예교수는 “전 국민 건강보험 하에서 사립대병원과 국립대병원, 도립병원이나 시립병원은 의료수가로 운영돼 국민이 부담하는 의료비는 차이가 없다”며 “시립·도립병원은 경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이제는 이들 병원의 역할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명예교수는 “공공성을 위해서는 민간이 하지 않는 분야를 공공이 담당해야 하는데 그러한 분야가 바로 어린이재활병원”이라며 “지방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어린이재활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해 진정한 공공병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설립 필요성 공감하지만 예산 지원 등 지속적 운영체제 유지 과제
국가가 운영하는 어린이재활병원이 설립된다고 해도 운영에서 발생하는 적자까지 지원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국내 유일하게 어린이재활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도 연 32억원의 적자가 발생해 서울시 지원(연 9억여원) 외에도 보건복지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립재활원 김완호 공공재활의료지원과장은 “현실적으로 어린이재활병원 설립과 관련한 법률을 제정하려면 관련 부처인 복지부와 기획재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논리 개발이 필요하다”며 “국내 어느 병원도 설립은 당위적으로 이뤄져도, 운영까지 전적으로 지원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어린이재활병원 설립 필요성에는 동의를 하더라도 지원까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더 큰 당위성이 필요하다”며 “이를 염두에 두고 어린이재활병원 설립과 운영이 국가책임이라는 데이터를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현재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에서 재활병원 종별 신설을 추진 중인 만큼, 제도적인 체계를 갖추고 재활치료 수가가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심평원 수가개발실 수가개발2부 지점분 부장은 “현재 재활병원은 병원급이나 요양병원급에 해당되는데, 별도 종별로 재활병원군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재활병원에 대한 제도적인 체계를 갖추고 어떻게 수가를 갖춰갈지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재활의료 서비스 관련 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