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뇌파계가 한방의료행위 영역에 포함된다는 판결이 나온 가운데 오늘(6일) 한의사가 초음파기기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판가름난다.
초음파기기는 엑스레이, MRI, CT 등과 함께 의사들이 한의사 사용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의료기기라 판결의 향방에 두 직역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6일 오후 2시30분 서관 제318호 법정에서 초음파기기로 자궁근종을 진단하고 처방한 한의사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16일 A씨에게 벌금 80만원형을 선고했다.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인 초음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A씨는 즉각 항소했다. 지난 7월 치과의사에 보톡스와 프락셀레이저를 내 준 대법원 판결을 무기 삼아 한의사가 초음파를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를 항소심 재판부에 피력했다.
피고 측은 "의료행위의 정의는 기술발전과 시대상황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앞선 보톡스, 레이저 판결에서 대법원이 의료행위 개념은 시대에 따라 가변적이라고 바라봐 치과의사의 면허범위를 넓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의료행위 개념에 대한 대법원의 새로운 해석은 서울고법의 뇌파계 판결에도 영향을 미쳐 한의사는 뇌파계로 치매 및 파킨슨병을 진단할 수 있게 됐다.
초음파는 서양의학보다 범위가 넓은 과학의 산물이라는 새로운 논리도 등장했다. 피고 측은 "물리학적인 원리가 반영된 기기를 한의사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초음파는 망원경으로 멀리 있는 물체를 보는 것과 동일한 원리"라며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기기를 사용해 한방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을 뒤집고 한의사가 초음파로 자궁근종을 진단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놓을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잠시 주춤해 있기는 하지만 한의계는 뇌파계 판결과 올해 국정감사 결과의 여세를 몰아 보건복지부에 현대의료기기 허용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월 23일 GE헬스케어와 삼성메디슨 등 초음파기기 제조업체에 한의사와의 거래를 거절토록 한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해 대한의사협회 등에 11억3700만원의 과징금 처분 및 시정 명령을 내렸다.
보건복지부가 현행 의료법상 학술과 임상연구를 목적으로 초음파를 한의원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이상 한의사의 초음파 구매는 한방의료에 필요한 정당한 거래행위라는 판단이다. 의협은 공정위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판결 승패와 상관 없이 초음파 사용 문제는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날 공산이 크다. 초음파에 대한 첫 대법원 판례는 보톡스, 레이저처럼 직역 간 면허범위에 지대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한의사가 초음파를 거머쥘 지 사법부 결정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