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아시아권 의료기기 강국하면 일본이 가장 먼저 꼽혔다. 도시바, 올림푸스 등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업체가 상당수 존재하고 있고, 의료진 술식 역시 우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무게 중심추가 조금씩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다른 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규모의 경제 논리’에 의해 중국 의료기기 산업은 급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16일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KFDA)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은 연세의료원에서 ‘중국 의료기기 감독관리 및 규제개혁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의료기기 등록 관리방법을 비롯해 수입 체외진단제 등록 심사요구, 의료기기 기술심사 업무 절차 등이 상세히 소개됐다.
CFDA는 의료기기 감독관리 법률 초안 마련 및 정책 입안 등을 주요 직무로 삼고 있다. 의약품, 의료기기 관련 연구·제작·생산·품질관리 전 과정에 걸쳐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중국 내 의료기기 생산 기업은 1만5698개소, 판매 기업은 18만3809개소에 이른다. 우리나라 생산 기업은 2607개소(의료기기 생산실적보고 기준)였다. 단순 숫자 비교만 하더라도 5배를 훌쩍 넘는다.
지난해 중국은 의료기기 총생산액 402억 달러(41조6300억원)를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한 수치다. 수출액은 동기 대비 9.92%, 수입액은 20.07%를 기록했다. 전 세계 의료기기업계가 중국을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 6월 의료기기 감독관리 조례를 시행하고,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의료기기에 대한 위험 정도에 따라 1·2·3등급으로 구분하고, 제조 및 수입 관련 인허가 규정을 전폭 수정했다.
CFDA 관계자는 “규제 수위에 있어 고위험 제품군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며 “1등급(위험도가 낮은 제품)은 신고 관리, 2등급은 해당 부서의 제품 등록관리, 3등급은 국가 총국에서 등록관리를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전 허가 제도도 개선됐다. 수입 1등급 의료기기의 경우 제품등록에서 신고로 전환됐다. 이와 더불어 3등급 의료기기 임상시험심사 승인 범위가 축소됐다.
CFDA 관계자는 “그러나 생산·판매 업체의 품질 관리 책임을 강화했다”며 “제품 설계, 원자재 구매, 생산 관리 등 품질 관리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구축돼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 ‘임상시험 규제 완화’ 등 의료기기 산업 성장세 지속 방침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임상시험’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기 허가 제품과 동등할 경우 임상시험자료 제출이 면제되고 있지만, 오는 2016년 1월부터 식약처장이 정한 의료기기는 임상시험자료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고 위험 의료기기 기술문서 심사 시 임상시험자료 제출로 안전성 강화를 목적으로 임상시험자료 제출 의무화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다르다. 임상시험 규정을 합리적으로 운영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CFDA 관계자는 “1등급은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아도 되고, 2·3등급은 임상시험 면제 조건을 구체적으로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우선 작동 메커니즘이 명확하고, 설계가 정형화돼 있으며, 이미 부작용 사고 기록 없이 판매되는 제품은 임상시험자료 제출이 면제된다.
비임상 평가로 제품의 안전성·유효성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도 별도의 임상시험을 할 필요가 없다. 특히 동종 의료기기 임상시험 또는 임상사용을 통해 얻은 데이터 분석으로 안전성·유효성을 증명해도 무방하다.
CFDA 관계자는 “만약 3등급 의료기기 중 위험성이 높은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면 감독관리총국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며 “지난달 별도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야 하는 3등급 의료기기 목록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기기 등록증 유효기간을 4년에서 5년으로 늘린 점도 업계 편의를 도운 것”이라며 “이번에 바뀐 규정의 세부사항을 잘 참고해 중국 시장 진출 시 불필요한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한국 의료기기업체 관계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