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해외진출 마중물 '국가 지원'
2006년 6개 출발 2013년 기준 총 111개 병원 진출…전체 30% 중국行
2014.10.21 07:00 댓글쓰기

세계 의료시장을 잡기 위한 한국 정부의 의료기관 해외진출 지원책은 ‘마중물’ 역할을 한다. 마중물은 메마른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 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뜻한다.

 

펌프질을 통한 압력으로 땅속에 박힌 관을 통해 지하수가 올라오는데, 때로는 마중물을 부어야 지하수가 세상 밖으로 나온다. 지금 우리 정부는 의료기관 해외진출을 위해 마중물을 붓고 있는 중이다.


의료기관 해외진출은 1989년 세브란스병원의 몽골 울란바토르를 시작으로 이뤄졌지만, 국가 차원의 지원은 2010년에 와서야 윤곽이 드러났다.


‘세계화’라는 말조차 촌스럽게 느껴질만큼 세계화가 진행된 후에야 의료서비스시장의 국경이 흐려졌고, 세계 의료시장이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발간한 ‘2012 보건산업’에 따르면, 세계 의료서비스시장은 2009년 $2.2조, 2015년 $3.8조, 2020년 $5.5조로 연평균 8% 이상의 성장이 전망된다.


특히, 중국 등 아시아시장은 연평균 15% 이상 성장해 2020년 세계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급격한 경제성장이 잠재돼 있던 의료 수요를 깨웠고, 한걸음 더 나아가 최상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원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주요 대학병원), 오스트리아(VAMED), 싱가포르(ParkwayHoldings) 등 세계 유수의 국가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진흥원의 ‘2012년 의료기관 해외진출활성화 지원 사업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의료시장 현황을 세계최고수준의 효율적 의료서비스 및 풍부한 보건의료 자원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 또한 큰 무기다.

2013년 기준, 총 111개의 우리나라 의료기관이 해외에 진출해있는 상태다. 의료기관 해외진출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2006년 16개, 2007년 20개에 수준에서 2012년 91개, 2013년에는 111개로 늘었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이 찾는 나라는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큰 중국이 가장 많다. 해외 진출 의료기관의 1/3인 38곳이 중국에 진출한 상태이고, 미국이 36곳,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가 27개 순이다.


진료과목별 진출현황을 살펴보면, 피부·성형이 18개로 가장 많았고, 17개가 성형외과, 16개가 치과, 12개가 종합병원과 한방병원 등이었다.

 


정부 지원 프로젝트 다양화

 

우리 정부는 병원 해외진출사업 활성화 지원을 위해 2010년부터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기초시장 조사와 진출 인프라 구축을 마련하는 해외병원 설립·운영 컨설팅 사업, 수요발굴을 위한 기초시장조사 및 분석, ODA사업 발굴, 민간 의료기관 해외진출 지원이 진행됐다. 지원 초기이니만큼 주로 조사나 분석 등 기초체력 다지기가 주요 업무였다.


 

2011년 정부는 의료기관 해외진출을 ‘생태계발형 시성장동력 10대 프로젝트’로 선정해 중점 추진했다. 조사나 분석 등 기본 자료 수집은 계속됐는데, 해외진출 전략국가 시장·제도조사 및 진출전략 개발 등 보다 구체화된 시장조사가 이뤄졌다.


또한 해외진출 의료기관의 형태상 투자 받기가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 차원의 법·제도·금융 지원방안도 논의되기 시작했다. 의료기관 해외진출 종합지원센터가 설치·운영돼 홈페이지 구축 등 지원시스템이 마련됐다.


2012년 정부의 지원은 보다 진화한 모습을 보이며 의료기관 해외진출 지원에 있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지원이 국가 차원에서 수집한 정보 제공과 상대국과의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때 의료기관 해외진출 정보포털 ‘KOHES’가 오픈했고, 정부가 나서서 글로벨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는 국가 간 네트워크를 통해 장기간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고, 신뢰를 쌓아 상대국의 제도적 문턱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그 대표적인 사업이 ‘서울프로젝트’다. 한국-몽골 보건부는 지난 2011년 8월에 보건의료협력약정을 체결하고 5개년 사업(2012∼2016)인 서울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첫해인 2012년에는 ‘몽골의료인 임상연수 사업’을 진행했고,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진행된 임상연수사업을 통해 4개 몽골 의료기관에서 파견된 총 19명의 의료인이 국내 4개 의료기관에서 연수를 받았다.


2013년에도 지속적으로 ‘몽골의료인 임상연수 사업’이 확대 시행됐고, 추가적으로 몽골 의료인 29명을 대상으로 한 연수가 실시된다.



"의료산업 해외진출, 새로운 성장동력"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의료기관 해외진출은 큰 주목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 1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의료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 그 기조를 대변한다.


정책적 운을 띄운 것은 2013년 12월 발표된 4차 투자활성화대책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분야별 투자 활성화대책을 내놨고, 보건의료 분야는 4차 때 ‘산업’으로서의 길이 모색됐다.


쐐기를 박은 것은 최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다. 이 회의에서는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등 7개 유망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투자활성화 대책이 발표됐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제 성장을 이끌어가야 할 서비스산업이 낡은 규제와 폐쇄적 시장구조, 복잡한 이해관계와 사회적 논쟁으로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며 “의료와 관광 등 유망 서비스분야부터 개방과 경쟁을 통해 혁신하고 이것을 서비스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세계 7위권 글로벌헬스케어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천명하고, 2011년 68개소였던 의료기관 해외진출을 2015년 100개소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의 노력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제도적 지원 ▲한국 의료 이미지 제고 ▲자금 지원이 그것이다.

 

▲제도적 지원
제도적 지원은 국내·외로 나눠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국내에서 의료기관 해외진출을 위한 법적기반 구축, 원조-수출 연계, 지원조직 확충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지난 8월 1일 ‘의료법인 해외진출의 절차 및 방법 안내서’를 만들었다. 최근 해외의료투자 자산범위, 신고 및 투자, 사후관리, 수익금 처리 등에 대한 절차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향후 ‘(가칭)국제의료 특별법’ 제정을 통해 의료기관 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의료분야 유·무상 원조를 사후관리까지 확대해 의료기관 해외진출 및 연관산업 수출의 거점으로 활용한다. ODA 활용 해외진출 촉진을 위해 소관부처·관계기관 협의체 역시 신설된다. 


의료수출 지원 전문기관(KMH : Korea Medical Holdings)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공공기관 출자가 확대됐다. 이는 2013년 3월 해외진출에 적극적인 민간병원들과 국책금융기관들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것이다.


미국, 중국, UAE, 사우디 등 의료수출 확대 전략지역에 Medical Korea 거점공관을 지정해 해외진출 병원들의 정보수집, 네트워크 구축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국가 간 의료서비스 교류 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인 면허 등 장벽 개선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한국 보건복지부와 베트남 보건부는 한국 의사면허 인정을 주요 안건으로 다룬 협력회의를 통해 1년 6개월만인 2013년 3월 국내 성형외과 전문의 8명에 대한 베트남 진료면허를 최종 승인했다. 이번 면허인증을 통해 8인의 전문의는 베트남 전역에 걸쳐 의료행위가 가능해졌다.

 

▲한국 의료 이미지 제고
정부는 한국 의료가 의료기술, 적절한 의료수가, 의료서비스 및 인프라에 국제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계시장에서 한국의료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는 아직 미흡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Korea Medical’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의료기술의 전략적 홍보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료를 알리고 주변 국가들의 의료기술 증진을 위해 의료인 연수 프로그램 실시, 인적 네트워크 확대와 관계 증진을 위한 세계적 규모의 컨퍼런스, 학술교류회, 정부 간 협의회 등의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진출 초기 자금 지원
우리 정부는 시장조사, 전략개발, F/S 수행 등 국내 의료기관 해외진출 초기 경비자금 조달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기관 해외진출 활성화 전략기획사업’(2012.3∼5)을 실시했다. 선정된 총 9개 의료기관에 각 4억원(총 36억) 규모의 지원이 이뤄졌다.

 

향후 추가 신규사업을 발굴하고 기존 사업의 가시적 성공사례 창출 연계와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병원서비스 글로벌 진출 지원사업(2013.3∼8)’을 실시했다. 총 17개 기관 18개 프로젝트를 선정해 17억 6000만원 규모로 해외진출을 지원했다.


현재는 약 500억원 규모(정부 100억원, 국내 투자자 400억원)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펀드 조성을 준비 중에 있다.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는 의료기관의 해외 직접 투자를 미연에 방지하고 해외진출 시 초기 자본확보의 어려움, 해외 투자의 위험성 등에 대한 지원을 위한 조치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펀드는 올해 안에 조성이 완료될 예정이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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