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글로벌제약사 및 토종제약사들의 초미 관심사였던 '허가특허연계제도'가 3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제약계는 특허쟁탈전 폭풍전야 모습이다.
특히 복제약 독점제도로 불리는 우선판매품목허가제 역시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제약사들은 퍼스트제네릭(최초 개발에 성공한 복제약) 개발경쟁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특허권을 방어해야 하는 오리지널 의약품 보유 기업과 복제약 출시 시기를 앞당기고픈 제네릭 회사 각각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된다.
또 산업 내 특허경쟁은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일면 경영전략으로써도 타당히 인정해야하는 자유경쟁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제네릭 출시를 의도적으로 늦추기 위한 목적이거나, 타 의약품 및 제네릭 흠집내기에 불과한 불필요한 분쟁은 제약 생태계를 해치고 국민의 의약품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양돼야 한다.
지금까지 제약사 간 의약품 특허분쟁은 상당수 진행돼 왔다.
노바티스-보령제약 간 글리벡 고용량 특허분쟁, 치매 패취제인 엑셀론에 대한 노바티스-SK케미칼 간 소송 등 다국적사와 국내사 간 분쟁부터 항궤양제 알비스 제네릭을 둘러싼 대웅제약과 파비스제약 등 국내사 간 소송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2015년에는 처방액 빅5로 지칭되는 바라크루드, 쎄레브렉스, 스티렌, 시알리스, 알림타 등 수 천억원대 의약품이 잇따라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고 허가특허연계제도 원년인 만큼 이전 대비 월등히 많은 특허 다툼이 시작될 공산이 크다.
허가특허연계제도는 복제약 허가신청 시 신청 사실을 특허권자에게 즉시 통보하고, 특허소송이 발생할 경우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제네릭의 허가가 중단되는 제도다.
의약품 물질 및 용도 특허 만료기간에 맞춰 복제약 개발을 완료한 후 곧바로 제네릭을 출시해 왔던 과거 대비 제네릭 출시시기가 늦어지는 한편 특허소송과 비용이 늘어날 확률이 높아진 셈이다.
이미 다수 국내외 제약사들은 특허소송에 대비해 기업 내 법조 인력을 증강하거나, 대외적으로 법무법인과의 협력 강화 및 변리사 모시기에 집중하는 등 전담인력 배치를 확대하고 있다.
이 처럼 제약사 간 특허소송 남발은 △불필요한 행정인력 낭비 △거액의 법정 소송액 급등 △제약산업 내 과도한 위화감 조성 △국민, 환자의 의약품 처방권 침해 등 악영향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의약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때 처방받을 권리가 있는 국민들에게 제약사 간 소송 여파가 작용할 경우 건강권 및 경제권 침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허가특허연계제도로 인한 국내 제약계 내부의 미세한 진동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는 모습이다.
제약업계와 시민단체가 허가특허제-우선판매품목허가제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에 따른 찬반논란 역시 제도가 이겨내야 할 진통이다.
제약협회 이경호 회장은 "우선판매품목허가제는 제네릭이 오리지널약의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역할을 한다. 도입되지 않는다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피력했다.
반면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일부 대형 복제약 제약사와 오리지널약 보유사에게 과도한 혜택을 부여해 환자들의 약가 부담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고 오리지널사-제네릭사 간 담합 가능성도 커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허가특허연계제 시행 전인 최근 특허분쟁 사례 한 건을 놓고 보더라도 제약사 간 특허 신경전은 가시화 단계에 들어선 양상이다.
최근 대웅제약은 자사 블록버스터 항궤양제인 '알비스'의 제네릭 개발사인 파비스제약을 상대로 '복제약 판매중지 가처분'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반면 파비스제약은 제네릭 개발권을 지키기 위해 대웅을 상대로 특허법원에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했다.
알비스 제네릭 개발 위수탁업체는 10여개사에 달한다. 이들은 "제네릭 출시 계획에 맞춰 정상 절차를 모두 밟았는데 소명자료 검토 기간이 끝나고 나서야 사건을 법정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과도한 특허소송"이라고 피력했다.
국내 제약사 간 불필요한 소송으로 소모비용, 행정력 낭비, 산업 내 갈등 조장 등 위화감이 조장됐다는 지적이다.
자사 의약품의 시장 내 독점권 유지를 위한 불필요한 소송은 결국 집안 싸움으로 번지며 제약산업 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리 만무하다.
또 건강한 제약생태계를 위축시키고 환자들의 의약품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면에서도 제약사 간 경주마식 특허분쟁은 국민건강을 해칠 수 있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