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개선, 중소병원 경쟁력 강화 등을 기치로 도입된 전문병원 제도가 고무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확장성을 갖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순기능은 충분히 검증된 만큼 보다 많은 중소병원들이 전문병원 제도권으로 편입될 수 있는 유도기전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공개한 ‘전문병원 수요 및 공급 격차 해소 추진전략 연구’ 보고서에는 답보상태에 놓인 전문병원의 현주소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대안이 제시됐다.
연구를 수행한 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경영학과 함명일 교수는 우선 전문병원 제도 도입 이후 의료의 질, 의료비용 절감, 환자 만족도 등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확인됐다고 평했다.
전문병원에서 치료받은 770명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0병상 이상 대형병원 입원경험과 유사하거나 높은 수준의 만족도를 나타냈다.
또한 전문병원이 진료하는 환자의 중증도 역시 7.2%에서 9.6%로 증가하는 등 전문질환에 대한 대형병원 대체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고무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작 병원들 사이에서 전문병원에 대한 인기는 좀처럼 불이 붙지 않고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제3기 전문병원 지정 신청서를 제출한 병원은 127개 기관, 제4기 1차년도 지정을 신청한 곳은 108개 기관으로, 다소 감소하거나 큰 증가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연구진이 병원급 의료기관 중 진료량, 의료인력, 환자 구성비율 등을 확인한 결과 4기 지정기관의 3배에 달하는 307개 의료기관이 지정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전문병원으로 지정될 수 있음에도 신청조차 하지 않는 병원들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그 원인으로는 과도한 지정기준, 의료기관평가인증 부담, 의료인력 확보 어려움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확실한 유도기전이 없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어렵사리 기준을 맞춰 전문병원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얻어지는 보상이나 혜택이 미미하다 보니 일선 병원들이 전문병원 제도권으로의 진입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현재 전문병원에 제공되는 재정적 인센티브는 크게 △전문병원 관리료 △의료질평가지원금 등 2개다.
전문병원 관리료는 병원 특성에 따라 입원과 외래에 적게는 5.50점에서 많게는 33.39점의 상대가치점수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반 병원에 적용되는 입원환자 안전관리료(24.2점~31.4점), 감염예방관리료(21.05점~43.86점) 등급과 최고 금액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특히 종합병원급 전문병원은 관리료 소정점수의 60%만 산정하는 등 오히려 전문병원 자격을 취득함으로써 역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부터 지급되고 있는 의료질평기지원금 역시 불만이 적잖다.
입원의 경우 일반 종합병원이 등급에 따라 최저 92.76점에서 최대 169.54점을 지급받는데 비해 종합병원급 전문병원은 최저 25.49점에서 최대 127.27점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연구진은 “전문병원 수요 공급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원활한 전문병원 확대가 뒷받침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전문병원을 대상으로 적정 수준 이내 비급여 관리 및 인센티브 보상 충족 목적으로 신포괄수가제도로의 진입 허용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