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대가치점수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전문과들의 엇갈린 시선이 재조명된다.상대가치점수 자체가 특정 과가 이익을 보면 다른 과는 손해를 보는 구조인 탓에 이해관계가 늘 민감한 문제였고, 개편마다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된 탓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행위별수가 문제점 개선을 위해 “상대가치점수 개편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하고 사안에 따라 상시 조정할 수 있는 체계로 개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그간 상대가치 점수 결정의 핵심인 업무량 산정 권한을 대한의사협회에 부여했지만, 내부 조정에 실패해 진료과목 간 불균형이 심화했다는 판단이다.
이에 직접 업무량을 산정하거나 학회 등 다른 전문가 단체로 이양 계획을 세웠다.
상대가치 제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의사 대기시간, 업무 난이도, 위험도 등 필수의료 특성을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외과계 불만 큰 상대가치 영역…"카르텔 가능성" 제기
일각에서는 대한의사협회가 개원의 위주로 구성돼 업무량 산정에서 상대적으로 개원이 적은 과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정부의 분석과 상당한 유사점을 갖고 있다.
대표적 필수의료로 손꼽히는 외과학회, 신경외과학회,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최근 열린 외과계 학회 간담회에서 상대가치점수 개편과 관련한 카르텔 가능성을 지목한 바 있다.
당시 A이사장은 “개편 과정을 지켜보면서 상대가치와 관련한 카르텔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정 인물이 장기간 관여하고 있다”며 “특정 영역의 전문가들이 장기간 참여하면서 외과계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현재의 왜곡된 체계가 공고화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함께 참석한 다른 학회 이사장들도 해당 발언에 공감을 표하며 “충분히 담합이 가능한 구조”라고 동조했다.
이에 현재 상대가치점수에 관한 각 학회별 입장이 완강, 외과계를 대상으로 별도의 새로운 수가체계 형성 가능성을 제안했다.
의사 업무량 산정…학회별 불만 개선여부 주목
외과계 학회들은 당시 불균형에 대한 시정을 수차례 건의했지만, 과별 총점 고정이라는 이유로 의사 업무가 왜곡되게 평가되고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학회에 따르면 의협 상대가치연구단이 연구한 3차 상대가치 기준의 진료과별 의사 업무량 안을 보면 9개 분과로 나뉜 외과계의 총합은 386개 행위에 10억 7425만 3437점이 부여됐다.
하지만 이는 행위수가가 절반에 그치는 비뇨의학과, 산부인과와 비슷하거나 적은 수치며, 특히 이비인후과의 3분의 1, 안과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행위 수가 110개인 마취통증의학과의 6분의 1, 행위 수가 60개인 소화기내시경 업무량 총점의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건보종합계획, 상대가치 개편 내용 담아
이미 정부가 올초 발표한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관련 내용은 담겼다.
정부는 필수의료 위기, 의료전달체계 왜곡, 행위량에 치중해 의료 공급 등을 초래하는 불합리 및 불균형 보상구조 정상화를 위해 지불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환산지수 계약 시 획일적인 인상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편, 상대가치와 연계해 행위별 수가의 상시 조정체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즉 환산지수 계약에 의한 모든 행위의 획일적 인상구조를 탈피해 현재 환산지수 계약에 의한 획일적 인상구조를 필수의료 분야의 집중 인상구조로 개편한다는 구상이다.
빠르게는 내년부터 수가협상의 모습 또한 크게 달라질 가능성도 짐작되는 대목이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업무강도가 높고 자원 소모가 많으나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항목의 상대가치 점수를 집중 인상한다”며 “저출산 등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한 소아청소년과·분만 등 분야에 총 3조원 이상을 집중 투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