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증원으로 해부학 실습에 필요한 '카데바(시신)' 부족 시 의대 간 공유하는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의대 시신 기증을 서약한 가족들이 격분했다.
29일 지난 1998년도 연세대 의대 졸업자인 맹호영씨 외 5인은 SNS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개 항의문을 올렸다.
자신과 부모님 시신을 사후 연구와 교육 목적으로 연세의대에 기증하기로 서약한 그는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기증해 준 분들과 이를 허락해 준 가족들 없이는 의사가 되는 교육의 첫 단추를 꿸 수 없기 때문에 해부학은 단순히 우리 몸의 구조나 명칭이 아닌 생명이 떠난 신체를 마주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는 자리기도 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 단순히 수가 부족하면 수입해 숫자를 채우면 된다는 몰이해에 대한 실망과 과연 이런 분들이 의학교육과 수련에 대한 정책에 얼마나 신중한지 알 수 없어 암담할 뿐"이라며 "박민수 차관 본인이나 가족은 단 한 분이라도 의학교육을 위해 시신 기증 서약은 했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맹 씨는 "전국 모든 의대가 기증된 시신이 부족해 고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신 기증자와 그 가족을 존중하고 감사히 여기는 문화가 먼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귀한 뜻으로 기증된 시신을 마치 도구로 보는 표현을 하는 어떤 사람이나 정부 부처는 경험도 애정도 없는 의학교육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최근 "현재 기증 카데바는 기증자가 병원에 입장을 밝히면 해당 병원에서만 활용 가능하지만 향후 병원 간 칸막이를 제거해 카데바 부족을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