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
’이란 말처럼 눈(眼) 건강은 삶의 질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 눈부신 의학기술 발전으로 웬만한 눈질환은 치료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한계영역은 존재한다
. 여느 질환과 마찬가지로 안질환 역시 치료가 아닌 예방의 중요성이 상당하다
. 그러나 유독 안과는 사후약방문식 의료체계에 머물러 있다
.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의학계에서는 국가 건강검진에 안과검사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대한안과학회 박기호 이사장
(서울대학교병원
) 역시 임기 내 안과 조기검진 의무화 실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녹내장
, 당뇨망막병증
, 황반변성 등은 대표적인 실명 질환이다
. 치료시기를 놓치면 시력 회복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치료비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
최상의 방책은 사전 조기검진을 통해 질환 유무를 미리 파악하고 적정한 치료를 시행할 경우 ‘실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고 합병증 발생 위험도 확 줄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중증 안질환 치료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박기호 이사장이 국가 안검진 도입에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병원이야 환자가 넘쳐나면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국가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이 축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다.
사실 조기검진을 통한 실명예방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나 세계실명예방재단(IAPB)은 기존 의료체계와 안보건의 통합을 제시하고 있다. 조기검진을 통해 국민들의 눈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기조다.
안검진이 비용효과성 외에 실질적인 실명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분위기다.
박기호 이사장은 “국제적 흐름에 맞춰 안과질환 발병율이 높은 연령대의 국가 건강검진에 안검진을 포함시켜 최대한 실명을 예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특히 당뇨 등 만성질환자들의 경우 실명 질환 발생 위험이 큰 만큼 국가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이들의 눈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당뇨병 환자의 36.9%만이 주기적으로 안검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영유아 안검진도 실효성 높이는 방안 마련 시급"
영유아 안검진에 대해서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성장기 안검진을 통해 여러 위험 요소들을 미리 파악하고 제거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현재 생애주기별 국가검진에는 영유아들의 시력 검사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정밀검사가 아닌 만큼 사시, 약시 근시 등을 명확하게 진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박기호 이사장은 영유아 안검진 시스템 문제도 지적했다.
우선 현 생애주기별 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발생할 경우 안과에서의 정밀검사를 권유토록 돼 있지만 필수사항이 아닌 만큼 이행률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소아청소년과에서 이뤄지는 영유아 안검진은 단순 시력 측정 수준에 머물러 있는 만큼 3~4세 시기에는 안과 전문의에게 정확한 교정시력을 측정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기호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안과 전문의에게 안검진 받기를 원하고 있다”며 “이 시스템이 갖춰지면 근시, 난시, 원시로 발생하는 약시, 선천성 눈질환을 조기에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의 눈건강을 우려하고 있다”며 “국가검진에 포함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크다”고 덧붙였다.
절박함이 통했을까. 정부 역시 국가건강검진에 안저검사를 포함시키기 위한 근거 마련을 위해 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
박기호 이사장은 “세계실명예방재단의 기조는 국가가 안저검사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추세에 부응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그동안 암 등에 대해서만 관심이 높았지만 안과질환으로 인한 노동력 상실, 의료비 지출, 생활의 불편함 등을 고려해 안저검사를 국가검진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