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암환자는 '월세' 할인해 드려요!'
2009.07.16 03:07 댓글쓰기
[기획 상]지방에서 온 장기 치료 환자들을 위한 숙소, 즉 ‘환자방’이라는 신종업태가 생겨나고 있다. 병원 바로 근처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일종의 하숙집인 셈이다. 암 수술을 받은 뒤 방사선 치료나 후속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 상경한 환자,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는 이젠 ‘할인’이라는 유인책을 쓸만큼 성행하고 있다. 물론, 아직 이를 정의하는 규정도 없다. ‘환자방’은 법적인 용어도 아니다.

지방 환자의 서울행이 잦아지면서 환자 및 보호자를 위한 이른바 ‘환자방’이 번지고 있다. 국립암센터,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암 환자들 사이에서 ‘빅5’로 불리는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빚어낸 결과 중 하나다. 국립암센터 주변에 있는 환자방은 모두 20여 곳. 환자방을 알선하는 사람도 있다.

환자들이 이 병원들 근처에 숙소를 잡기는 쉽지 않다. 길고 지루한 암 투병 과정에서 치료를 받을 때마다 서울에 사는 친인척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미안한 일이다. 숙소가 바로 병원 근처가 아니면 치료를 받은 뒤 휘적대는 몸을 끌고 가기에도 진이 빠진다. 일반 숙박업소에 묵기도 여의치 않다. 길게는 한두 달씩 머무르는 암 환자를 달가워 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울 주요 대형병원으로 꼽히는 병원들의 사정은 어떨까.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주변은 대부분이 주거단지다. 숙박 시설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병원측에서 환자들 편의를 위해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현재까지 6년 동안이나 소아암 환자 전용 숙소인 ‘참사랑의 집’을 운영해 온 것이 전부다. 실질적인 주관은 소아청소년과 구홍회 교수가 하고 있다. 총 2만5000여 명의 소아암 환아들과 부모들이 이 곳을 들렀으니 운영 자금 역시 만만치 않다. 구홍회 교수는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사실 여느 타 병원보다 고민이 깊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지방 환자가 40.6%까지 육박하면서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 그러나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형병원들의 경우, 병상이 부족해 대기 시간이 무한대로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암 환자만을 위해 숙박 형태로 운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봤을 때 무리”라고 말했다.

특히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일대는 그린벨트 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환자만을 위한 시설이라고는 하나 암 환자를 위한 숙박 시설을 건립한다고 했을 때,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 생각하는 주민들이 상당하다. 때문에 지역 주민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것도 머리를 싸매야 할 숙제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성모병원(구강남성모병원)은 암환자들 중 상당수가 서울교대 부근의 모텔이나 여관 등 중저가 숙박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톨릭의료원 한 관계자는 “병원 주변에는 팔래스 호텔, 메리어트 호텔 등 고가의 호텔들만이 들어서 있어 일부를 제외하고는 숙박 시설이 마땅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거 단지, 상권의 성격이 강해 환자들이 병원 바로 앞에서 이러한 시설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고를 들여야 한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병상도 모자라 진료할 공간조차 턱없이 부족한데 암 환자들의 숙박을 위한 공간, 글쎄…”라고 회의적인 표정을 내비치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 5월, 매머드급으로 재탄생한 서울성모병원. 그나마 원내 환자 보호자를 위한 쉼터를 마련해 뒀지만 일종의 휴게실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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