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권지민 기자] 우리나라가 좀처럼 '항생제 공화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나서 항생제 남용을 개선하려 했지만 상황은 요지부동이다.
최근 발표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세번째로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 소비량은 OECD 평균 대비 2배에 육박했다.
특히 소아청소년뿐만 아니라 영유아에까지 항생제 과다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의사 출신인 정진엽 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016년 UN 총회 고위급 회의에서 "항생제 내성은 인류를 위협하는 재앙"이라며 글로벌 공조체계 동참 의지를 피력한지 2년이 지났지만 국내 항생제 사용률은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다.
현대의학의 최대 산물이라고 꼽히는 항생제는 세균 감염 예방과 치료에 필수적으로, 지난 수 십년 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을 구했다.
하지만 항생제는 세균으로 하여금 대항할 수 있는 독성 능력도 갖추게 한다. 항생제 오•남용으로 출현하는 내성균은 몸에 이로운 균까지 죽이며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
영국 경제학자 짐 오닐은 전 세계적으로 2050년에는 연간 1000만명 이상이 내성균으로 사망하고 치료비용만 100조달러(약 10경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항생제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며 항생제로 인한 부작용과 내성에 대한 강력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한다.
소아청소년 대상 오남용 심각
전국을 충격에 빠트렸던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원인 역시 항생제 내성균이었던 만큼 영유아 항생제 내성의 심각성이 크다.
서을대학교 의과대학 박병주 교수팀 연구결과 국내 영유아는 만 2살이 될 때까지 1인 당 연평균 3.41건의 항생제를 처방 받는다.
이는 다른 선진국들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가장 기본적인 1차 항생제인 ‘페니실린’의 처방률은 가장 낮아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내성이 생겨 더욱 강력한 항생제를 쓰고 있는 실정이다.
항생제 오남용은 소아청소년에게 치명적인 부작용과 내성균 증가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에 사용에 있어 주의를 요한다.
하지만 감기로 병원을 찾는 소아들이 상당수 항생제 처방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생제는 세균에 작용되는 물질로, 바이러스가 원인인 감기에는 소용이 없지만 감기환자에 항생제 처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내성 위험을 높이고 있다.
오남용을 막고 올바른 사용을 위해서는 항생제는 감염 질환에만 쓰는 특수한 치료제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하지만 복지부가 작년 조사한 설문결과에서 ‘항생제 복용이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라고 답한 비율이 절반 이상이었다.
또한 ‘항생제 복용기간 중 증상이 좋아지면 처방된 항생제를 임의로 중단해도 된다’고 대답한 사람이 67.5%에 달했다. 심지어 ‘열이 날 때 집에 보관해 둔 항생제를 임의로 먹은 적이 있다’는 사람은 20%에 육박했다.
적절한 항생제 사용은 치료 효과를 높이며 환자의 생명연장에 많은 도움을 주지만 항생제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이 잘못됐고 환자들이 복용법을 잘 지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보건협회 박병주 회장은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학회 및 의사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들의 인식 개선”이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중소병원이나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교과서적 진료가 이뤄지기 힘든 현실”이라며 “감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항생제 처방이 불필요하지만 무조건 항생제 처방을 원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항생제로 인한 부작용과 내성은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뤄질 수 있는 만큼 환자들은 의사 처방에 따라 정확한 복용법 및 기간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