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을 포함한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잇따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지방 중소병원들은 간호인력 이탈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 병원의 경우 가뜩이나 간호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형병원들이 간호‧간병서비스 도입을 위해 무서운 속도로 간호인력을 빨아들이면서 병동 폐쇄 위기론까지 제기되는 모습이다.
실제 서울대학교병원은 오는 2월 1일부터 내과 112병동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12월 16일부터 혈액암 병동 44병상에 간호사 16명과 간호조무사 6명 등 간호인력 22명을 확보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운영해 오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역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참여에 시동을 걸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상반기 중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한 개 병동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이들 병원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고 논의 중”이라는 입장만 내놨다.
이러한 기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보건당국의 강력한 의지에 기인한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2013년 7월부터 간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입원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지난해 400개 의료기관으로 시범사업을 확대했고, 올해는 1000개, 2018년에는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병원계는 간호인력 부족을 이유로 제도의 전면 시행에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병원협회 추계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전면 시행될 경우 6만5000명의 간호인력이 추가로 필요할 전망이다.
여기에 감염관리, 환자안전전담간호사 등 다른 제도 시행에 따라 추가로 투입될 인력까지 계산하면 현장에 필요한 간호인력의 숫자는 7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정도 추가 인력 수요를 단순히 유휴간호사 재취업만으로 충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병원계의 지적이다.
실제 빅5 병원 등 수도권에 위치한 대형병원들이 잇따라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참여하면서 일부 지방 병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A 지방병원 간호부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에 따른 장점도 있지만 일선 중소병원 입장에서는 수도권 대형병원의 잇단 참여로 시름이 커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가장 큰 걱정은 ‘간호인력 이탈’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4 간호사 활동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의 재직 근무연수가 5년 미만이 45.2%, 5~10년은 39.6%, 10~15년은 8.6%로 나타났다.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간호사들로 지방병원은 ‘간호사 품귀현상’까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B 병원 간호부장은 “급여는 수도권과 지방 간 차이가 크다”며 “이런 부분이 평준화 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간호인력 이탈에 대한 고민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C 중소병원 원장은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참여가 점차 확대된다면 몇 배의 간호인력이 이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10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의료 취약지 병원에 간호사 처우 개선 수가를 추가로 지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간호사 처우 개선 수가의 경우 입원 1일 당 종합병원(간호사 1:10) 4730원, 병원(간호사 1:12) 3950원 수준이다.
한 간호대학 교수는 “간호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업무 강도에 상응하는 급여”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 수가는 동일하지만 간호사 급여는 수도권과 지방병원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며 “처우 개선과 더불어 단계적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병원계의 우려가 확산되자 복지부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전면 시행을 잠정 유보키로 했다. 간호인력 수급난을 인정한 것이다.
복지부 이창준 보험정책과장은 “가장 큰 문제가 인력 수급”이라며 “2018년부터 이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재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 인력별 업무, 배치기준 등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아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현실에 맞는 로드맵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