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의사의 직접 진료 아래 이뤄진 전화진료라면 위법이 아니며 환자의 치료 편의를 향상시킬 수 있는만큼 제한할 이유 없다는 판결을 다시금 내놔 이목이 집중된다.
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문준필)는 전화진료를 통해 10명의 환자에게 131회에 걸쳐 비만의약품 처방전을 발급한 이유로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받은 강某씨에 승소를 선고, 행정처분을 이행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이는 앞서 대법원이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놓은 뒤 전화진료 합법 소송에 뛰어든 병의원 및 의사 측 잇단 승소가 지속된 판결로 향후 의료계의 진료법, 처방전 발급법 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법원은 판결에서 원격 진료 논란의 발단이 된 의료법 17조 1항의 '직접 진찰'을 "(전화진료 등)진찰 방법을 제한하는 조항이 아니라 의사가 환자를 직접 문진하라는 뜻"이라며 "초진 기록이 있는 환자라면 추후 대면 진찰이 없더라도 전화를 통해 처방전 발급 가능하다"는 의료법 해석을 분명히 했다.
즉, 의사의 환자 직접 대면 없이도 전화, 화상 등 복지부가 인정한 통신기기를 통해 환자를 진찰하고 처방을 내린 것은 합법이라는 것이다.
사건 발단
지방의 한 의원을 운영중인 원장 강씨는 환자들을 1차례 이상 대면 진찰 한 뒤 직접 내원이 어려운 환자와 동일의약품 처방 환자 10명에 한해 전화진찰 후 처방전을 발급했다.
지방검찰청은 강 원장에 의료법 위반을 들어 "전화 문진 후 처방전 발급한 위법 있으나 초범인 점을 감안, 기소를 유예한다"고 알려왔다.
이를 근거로 지역 시는 복지부에 "강씨에게 2개월 의사자격 정지 처분을 내려달라"고 의뢰했다.
복지부는 이를 수용, 기소유예인 점을 감안해 강씨에 절반 기간인 1달의 자격정지 처분을 지시했으나 강씨는 이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원격진료 논란의 핵 의료법 제17조 1항 '직접 진찰'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 또는 지방검찰청검사(검안서에 한함)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한다"_의료법 제17조 1항
앞서 대법 재판부는 "의료법 제17조 1항은 의사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항이지 (원격)전화진료를 금지하기 위한 조항이 아니다"는 선판례를 내놓은 바 있다.
행정법원 재판부는 이를 인용, 이번 사건에 그대로 적용시켰다.
재판부는 "의료법 내 '직접'의 문언적 의미는 의사와 환자 사이 제3자 없이 바로 연결되는 관계를 뜻한다"며 "직접 진찰과 대면 진찰은 의료법 내에서 구별돼 사용되고 있는데다 국민건강보험제도 통해 보험수가 조정 등으로 비대면진료의 남용을 막을 수단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첨단기술의 발전 등으로 세계 각국은 원격의료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한다"며 "의료법 제정 취지는 국민 건강 증진이므로 이를 망가뜨리지 않는다면 원격진료 등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