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환자 유출 등 진료 블랙홀이라는 부정적 단어와 결부되면서 비난을 들었던 빅5 병원들이 누적적자와 경영난에 휘청거리고 있다.
병원을 찾는 환자는 2011년을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던 것이 지난해부터 완연한 하강 곡선이다.
이는 통계로 입증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2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빅5 병원에 지급한 급여비는 입원환자 기준으로 2011년 1조3721억원에서 2012년 1조3375억원으로 346억원 감소했다.
빅5 병원이 전체 보험급여비 중 차지하는 점유율은 2011년 8.1%에서 7.7%로 줄었다.
의료 현장에서도 이런 현상이 속속 확인된다. 가톨릭의료원 산하 여의도성모병원이 최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48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6월 말 현재 손실 규모는 약 300억원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약 600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최고 의료교육기관이라는 명성이 무색한 실정이다. 서울대병원은 급기야 지하 6층 규모의 주차장 확장공사를 무기한 연기했고, 대대적인 경비 절감에 돌입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도 환자 정체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학의 명문 세브란스병원 역시 환자 정체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의료 수출 등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빅5 병원의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것은 경제난에 따른 진료량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민들이 아파도 병원을 덜 방문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복지부 국장급 한 간부는 "앞으로 대학병원이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김양균 경희대 교수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경제가 회복하면 그간 병원 방문을 자제했던 환자들이 빅5 병원에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보건의료계에 위기이자 기회"라고 조언한다. 특히 빅5 병원을 중심으로 대형병원의 연구중심병원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는 박리다매식 환자 진료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빅5 병원의 몸집 불리기 공식은 지역 의료를 황폐화하고 성장 모델도 한계가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최근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중심병원 예비타당성조사가 우호적인 결론을 도출했다. 병원계가 내심 기대한 액수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어쨌든 100억원의 예산이 확보, 연구중심병원 정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김양균 교수는 "대형병원이 연구에 전념해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는 것은 국내 보건의료계에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도 했다. 그간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탐욕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빅5 병원이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