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행해 온 '요양병원 적정성평가'의 신뢰성과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환류대상 의료기관들과의 소송에서도 잇따라 패소해 관심을 모은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심준보)는 김해에 위치한 某요양병원 원장이 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적정성평가 조사방식에 있어 신뢰도와 공정성이 떨어져 의료환경 개선을 유도하는데 미흡함이 있다"며 심평원 패소를 선고했다.
이는 지난 8월 인천의 한 노인전문병원 원장 및 서울, 안산, 포천, 경북, 부산 등 각지 요양기관 원장 7명이 제기한 '환류대상 통보 처분 취소' 소송에서 요양병원의 손을 들어준 판결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추후 의료기관 평가방식 등 의료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요양기관들의 자가 웹조사방식은 신뢰할 수 없고 요양병원 전수를 조사하지 않은 심평원의 방식은 특정 요양기관을 환류대상으로 선정하기에 부족함이 많다는게 판결이 골자다.
이번 심평원 적정성평가 위법 소송에 참가해 승소한 요양기관은 지금까지 10여 곳이며 심평원은 환류대상 통보를 취소하고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심평원 적정성평가에 따라 하위 20%에 해당하는 등급을 받은 요양병원은 '환류대상'으로 선정, 지금까지 받아왔던 의사인력 및 간호인력 확보 수준에 따른 입원료 가산 및 별도 보상을 수령하지 못하게 된다.
즉, 진료의 질과 시설이 미비한 곳을 찾아내 등급에 따른 불이익을 줌으로써 요양병원의 서비스 품질 향상과 물리적 병원 구조 확장을 독려해 국민 보건을 향상시키는게 심평원 적정성평가의 본 취지다.
심평원의 적정성평가 항목 중 진료부문은 요양병원들이 제출한 진료비 청구자료 및 환자평가표에 근거해 조사한다.
구조부문에 대해서는 전체 요양병원 937곳 중 70곳을 표본조사 대상으로 무작위 선정, 현장방문 및 직접 조사를 실시하지만 나머지 850여 곳의 요양병원은 스스로 작성한 웹조사표 자료를 근거로 기관별 종합점수가 산출된다.
김해에서 요양기관을 운영하던 박씨가 위의 심평원 절차에 따라 하위 20% 기관으로 선정돼 의료인력에 따른 금전적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자 박씨는 "심평원의 적성정 평가는 신뢰도와 공정성이 모두 떨어져 환류대상 통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박씨는 ▲요양병원 상대평가 방식 위법성 ▲자가 웹조사방식에 따른 신뢰도 결여 ▲요양병원 937곳 전수조사가 아닌 70곳만 표본조사하는 불공정성 ▲요양병원 의견 제출 기회를 주지 않은 절차상 하자 등의 이유를 들어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조사방식에 있어 자가 작성 웹조사표는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전수조사가 아닌 무작위 70곳 현장 조사는 공성성을 하락시킨다"고 지적해 박씨의 주장을 수용하고 심평원 패소를 판결했다.
이어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을 지정, 전체 요양병원 937곳을 모두 조사하는 방법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구조부문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또 "요양기관별 평가 기초자료를 달리하게 되면 결국 요양병원의 의료환경 개선을 가져오기 보다 입원급여 적정성 평가제도 자체에 불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적시했다.
잇단 패소에 대해 심평원은 "2013년부터는 의무인증제를 시행, 의료기관평가 인증원과 심평원이 요양기관 적정성을 함께 평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또 "적정성평가의 경우 2009년 복지부 고시가 전국 요양병원에 미리 공지된 사안"이라며 "평가 실시 2개월 전에 요양병원에 공지도 했고 6개권역을 다니면서 시설 및 진료에 있어 미흡한 의료기관이 개선할 수 있는 여지를 수 차례 줬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은 요양기관을 환류대상으로 선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평원 측은 "지금까지 심평원은 매년 937곳의 요양기관을 평가해왔으나 인증원은 4년에 걸쳐 현장조사 등을 통해 평가한다"며 "지난 2012년까지 환류대상으로 지정된 요양기관은 시설과 진료의 둘 다 하위 20%인 질 낮은 요양병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