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중국산 고혈압약 제제에서 재차 발암물질이 검출되면서 개원가가 또 다시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더욱이 지난 달 발생한 불량 발사르탄 사태 이후 재처방했던 제품들 상당수가 이번 판매중지 대상에 포함되면서 그야말로 멘붕 상태다. 물론 환자들의 원성과 항의는 오롯이 해당 약을 처방해준 의사들 몫이다.
서울 소재 내과의원 A원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차 발표가 있던 6일 아침부터 환자들의 민원이 줄을 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침부터 진료를 제대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환자들이 민원을 제기했다. 고혈압약을 처방받아 간 환자들의 문의와 항의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달 발사르탄 사태 이후 불과 한 달만에 이런 일이 또 발생했다. 환자들이 모든 책임을 일선 의료기관에 묻고 있어 아주 곤혹스럽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내과의원 B원장은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발사르탄 사태 이후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하루종일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병원을 찾아와 '왜 잘못된 약을 처방하냐'고 묻는 환자들도 있다. 환자들에게 설명하고 진정시키는 민원 해결이 직원들의 새로운 업무가 돼 버렸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소재 C내과 원장은 "약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게 의사 책임은 아님에도 환자들은 약을 처방해 준 의사들을 원망하고 비난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료기관은 약 제조와는 관계가 없다. 처방 받은 약은 안심해도 된다고 거듭 설명해도 일부 환자들은 불신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애를 먹고 있다"라고 전했다.
전북 군산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D원장은 "환자들에 먼저 연락해 '처방받은 약은 판매 중지 품목에 해당되지 않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알렸다"며 "환자가 아닌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은 의사가 아닌 국가의 몫"이라고 일침했다.
대한의원협회 송한승 회장은 "의료기관 책임이 아님에도 개원가에서는 민원을 받고 환자에게 사과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필요 이상의 공포감을 증대시키지 말고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일 대봉엘에스 발사르탄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잠정 판매 및 제조·급여 중지 조치를 취했다.
국내 수입·제조되는 모든 발사르탄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던 중 대봉엘에스가 제조한 일부 발사르탄 제품이 NDMA 잠정 관리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된데 따른 조치였다.
이에 따라 대봉엘에스 발사르탄은 잠정 판매 및 제조 중지 조치가 내려졌으며 해당 원료로 제조된 22개 제약사 59개 품목의 완제의약품도 잠정적으로 판매가 중지되고 처방이 제한됐다.
이에 앞서 지난 달 초에는 82개사 219품목 대상 발사르탄 판매중지가 발표됐던 바 있다.
식약처는 중국 제지앙 화하이에서 제조한 발사르탄 원료에 잠정 수입 및 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으며 219품목 중 최종적으로는 115 품목이 판매중지 및 회수절차를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