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일명 신해철법과 의료사고에서 '의료인 과실 100%'를 인정하는 제도들이 의사들의 방어진료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1월 시행된 신해철법은 의료사고로 사망하거나 1개월 이상 의식 불명 발생 시 의료기관 동의 없이도 의료분쟁조정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의료계는 중환자 기피 우려를 이유로 법안에 반대했지만 그대로 시행됐고, 그 이후 실제로 고위험 의료를 중단한 의사들이 발생한 것이다.
경희의대 이길연 교수[사진]는 21일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개최된 ‘의료분쟁 기저에 법과 제도 점검과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이 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의료배상공제조합 9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는 220명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 의료분쟁에 대해 의료인 책임 강화로 인해 중단한 의료행위가 있냐는 질의에 응답자의 19.6%가 "있다"고 답했다.
위험도 높은 의료행위를 기피하게 된 계기로는 39.3%가 일명 신해철법(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법)을 꼽았고, 올해 법원이 대장내시경 검사 후 천공이 발생한 사고에서 의료인의 책임을 100% 인정한 사건도 35.2%가 됐다.
여기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도 14.2%를 차지했다.
이길연 교수는 “의료행위에 따라 어느 정도 과실은 불가피한 부분도 있다.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이 구속되고 얼굴이 공개됐다”며 “이 사건을 본 많은 의사들이 ‘나도 이렇게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의료인 책임이 100%가 인정되면 위험한 환자를 가려서 볼 수 있도록 해달라는 논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소송을 거친 의사들은 이전처럼 살 수 없다. 환자와의 파트너십이 깨지고 환자를 파트너가 아닌 잠재적인 고소자로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의사들 처벌 강화, 오히려 고위험 수술 기피율 높이는 등 근본적 해결책 안돼"
결국 처벌 강화는 의사들이 위험도 높은 의료행위를 기피토록 만든다며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처벌보다는 재발방지 대책을 찾아야 한다. 처벌 강화로는 재발을 막을 수 없다”며 “외국의 경우는 근본 원인을 찾아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근본원인인 고질적인 저수가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의료분쟁의 급증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성종호 정책이사는 “저수가로 인해 의료인이 중노동이 노출되고 환자에 대한 주의가 감소한다”며 “이는 의료기관 경영자가 수입되는 곳에만 투자하고 중증·필수의료에 대한 투자 이유를 상실하는 등 의료왜곡 심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임의비급여의 폭넓은 허용이 의료행위 제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인합동법률사무소 전병남 변호사는 “문재인케어는 비급여가 요양급여로 전환되는 것인데 이는 의사의 요양급여 진료행위가 더 많아진다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요양급여 기준이 최선의 진료의무 의료수준보다 낮은 경우 갈등상황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급여기준을 최선의 진료의무 수준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형태지만 경제성과 의사 재량권 및 자율권 침해의 문제점이 노출된다”며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임의비급여 허용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