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국정감사] 박근혜 정부 시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약재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된 증거를 확보하고도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확인한 바 에 따르면 식약처는 2014년, 2015년 2차례 한약재에 대해서 벤조피렌의 모니터링 연구를 시행했다.
그 중 11품목에서 벤조피렌이 기준치 대비 최소 1.0배에서 최대 8.4배까지 검출됐음에도 해당 연구결과를 발표하거나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벤조피렌은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각종 암을 유발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이다. 식약처 기준은 5ppb이하다.
한약재의 벤조피렌 문제는 지난 2008년부터 제기돼 왔다.
식약처는 2008년 '한약재 중 벤조피렌 함유량 모니터링 연구'를 시행했으며, 당시 14개 품목에서 벤조피렌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결과를 토대로 2009년 12월, 모든 한약재에 대해 벤조피렌 기준을 5ppb 이하로 규정하는 '생약의 벤조피렌기준 및 시험방법(식약청 고시)'고시를 행정예고했다.
그러나 재검토를 실시한 뒤 과도한 규제이자 현행 시험법은 지황 및 숙지황에 대한 시험법으로 모든 생약에 적용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이유로 고시를 개정하지 않았다고 윤 의원은 지적했다.
식약처는 그 후 지황 및 숙지황, 단 2종류의 한약재에 대해서만 벤조피렌 검사를 실시했다.
윤 의원은 "결과적으로 식약처가 이미 모든 한약재를 대상으로 벤조피렌 검사를 시행하는 기술을 보유하고도 지금까지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비판했다.
결국 지난 9월 식약처 국민청원안전검사제에는 '한약 발암물질 벤조피렌 검사' 청원이 올라왔으며, 참여인원이 1339명에 달했다. 해당 청원은 아직 처리 중이다.
윤 의원은 "지난 7월 '발사르탄 사태'의 악몽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이런 자료가 확인돼 몹시 유감"이라며 "한약도 국민이 먹는 약이다. 식약처는 하루 빨리 모든 한약재에 대한 벤조피렌 기준을 명시하고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