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前) 위험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 연구팀이 마취 전(前) 평가 요약문을 바탕으로 수술 위험을 평가하는 거대언어모델(LLM)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이를 활용하면 신속하고 객관적인 수술 위험 평가를 통해 의료서비스 질을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형철·윤수빈 교수팀은 71만 여명의 수술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술 전 마취 위험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성능을 검증한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수술 전 마취 위험을 평가하는 과정은 환자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국내 의료현장에서는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6등급으로 구분하는 미국마취과학회 신체상태 분류(ASA-PS*)를 도입해 전반적인 수술 위험 예측도구로 널리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ASA-PS 체계는 중증도 기준이 주관적이어서 의료진 간 등급 분류가 불일치하는 문제가 종종 발생했다.
의료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려면 중증도 마취 위험을 일관적·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수술 전 평가 도구가 필요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병원에서 수술 받은 대규모 환자 데이터를 학습시켜 ASA-PS 등급을 자동 분류하는 거대언어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는 챗GPT처럼 자연어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으로, 특히 의료 기록과 개인정보 보안에 특화되어 있다.
이 거대언어모델을 활용하면 환자의 건강상태·기저질환 등을 간략하게 서술한 ‘마취 전 평가 요약문’을 바탕으로 ASA-PS 등급을 신속하고 객관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
따라서 임상 현장에서 의사소통의 효율성과 환자 안전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환자 460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류 성능을 평가한 결과, 모든 ASA-PS 등급에 대한 이 모델의 평균 예측 정확도(AUROC)는 0.915로 매우 높았다. 이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완벽한 예측을 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거대언어모델 및 마취과 전문의 분류 성적은 각각 특이도, 정밀도, F1-점수로 모두 거대언어모델이 조금씩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추가적으로 임상적 의사결정에 중요한 ASA-PS 1~2등급과 3등급 이상 환자 구분에 거대언어모델의 오류율은 11.74%로, 이는 마취과 전문의의 오류율 13.48%보다 우수한 성적이었다.
이형철·윤수빈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인공지능 기술이 임상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네이처 파트너 저널 ‘디지털 메디신(npj Digital Medicine, IF;12.4)’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