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국가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법률 개정안에 대해 지지 입장을 표했다. 단, 과실 판정 기준 등 추후 보완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재연)는 "산부인과의 오랜 숙원이었던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가 개선된다는 점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등에 대한 의료사고 피해자 권익 보호 및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금 한도가 최대 3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으로 상향된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아직도 불가항력으로 최종 결정되는 사례가 지나치게 적고 과실 판정에 대한 재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제도 실효성이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의료분쟁조정원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이후 2023년까지 10년간 불가항력 분만사고로 총77건 중 산모 사망 29건, 태아 사망이 11건, 신생아 사망건 27건, 신생아 뇌성마비가 10건 발생됐다.

통계 자료는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명확한 과실 판정 기준의 부재로 인한 의료 분쟁의 빈번함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과실 판정 기준을 명확히해야 한다고 의사회가 요구했다. 분만으로 인한 사고 과실과 불가항력을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 의료분쟁을 줄이고 의료 현장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의료인이 의료사고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분만으로 인한 사고의 과실과 불가항력을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 마련이 더욱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실 판정 기준의 명확화는 의료 분쟁을 줄이고 의료 현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불가항력 보상비 증가가 과실 배상액 급증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의 보상금액 상승은 과실 보상 한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마련돼야 한다.

의사회는 "과실 보상 한도 관련 가이드라인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불필요한 의료 분쟁을 예방하고,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 개선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과실 판정 기준 마련과 제도 보완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양보혜 기자 (bohe@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