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가 '한미그룹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하자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3인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이 "지난해 한미그룹이 도출한 전략보고서를 짜깁기한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및 그룹 임원진들은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인연합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한이사이언스는 지난 6일 공시를 통해 2028년 매출 2조3267억원을 기록하겠다는 비전안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기업 인수·합병(M&A) 5680억 원, 연구·개발(R&D) 2000억 원, 제조시설 420억 원, IT 인프라 50억 원 등 총 약 815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3인연합은 "8150억 원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며 "치열한 분쟁 중인 상황에서 3자배정 유상증자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이러한 중대한 투자 건을 이사회도 패싱하고 외부에 먼저 발표할 수 있는 것인지,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것인지, 기업 유증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이 시점에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크게 희석시킬 수 있는 유증 가능성을 공개하는 일이 과연 주주가치 제고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영호 한미사이언스 경영지원 상무는 "투자 유치 재원 마련과 경영권 분쟁은 관련이 없다. 경영권 방어 목적이 아니라 회사 성장을 위해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다. 과거 3자연합이 얘기한 OCI 딜은 가능하고 지금 한미사이언스가 하려는 투자가 안 된다고 하는 건 이상하다.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투자라면 주주들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도 지분을 매입했지만 주주나 회사를 위해 돈을 쓴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 득(得) 되는 투자를 한다고 했을 때 신 회장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투자라면 충분히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부 투자 유치를 고려하고 있다. 투자 재원에 대해서는 재무 상황을 보고 이 투자가 얼마나 회사에 도움이 되는지 최적의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이고, 그 방안은 다양하게 준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한미사이언스는 M&A(인수합병)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상무는 "M&A 전략 과제들이 여러 개다. 실제로 어떤 과제는 NDA를 맺고 논의 중인 것도 있다. 어떤 것들은 초기 스터디 단계인 것도 있다. 다만, 자본시장법상 이름을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3인연합은 "임종윤·종훈 형제가 개인 채무로 연간 이자비용만 100억 원 가까이 쓰고 있다"고 지작하며 "오버행 이슈 해소방안은 무엇인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종훈 대표는 "상속세는 해결할 거다. 오버행 이슈 때문에 주가가 오르지 못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 세금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는 중장기 성장전략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인물이 한미사이언스에 입사한지 6개월도 채 안 된 계약직 임원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김 상무는 "제가 입사한지 6개월이 된 건 맞다"며 "임종훈 대표가 3월 취임하고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회장, 임종윤 사장 모두 상속세를 해결하고 경영권 분쟁을 끝내기 위해 복수의 투자자들과 얘기를 했다고 알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느꼈고 외국계 IB 회사에서 근무했던 제가 투자를 실행하는 책임자로 입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고서 작성을 제가 주도했다고 하는데 제가 입사했을 때 이미 컨설팅이 진행되고 있었다. 저는 투자안이 합의된 상태에서 그걸 실행하러 들어온 사람이었다.실제로 투자가 꽤 진행이 돼 있었는데 7월 신 회장이 모녀 측과 3인연합을 구성했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저도 상황이 애매해졌다"고 말했다.
"회사 발전 위해 경영권 분쟁 해결, 가족 화합 필요"
임종훈 대표는 갈등 해결과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임 대표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 가족들도 이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해 굉장히 안타깝다고 생각하고 있다.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갈등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족 일과 사업을 최대한 분리코자 하고 있다. 회사가 발전하기 위해 가족끼리 화합해야겠다는 생각은 한다"고 전했다.
임 대표는 늦어도 2026년에는 분쟁이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 3월 정기주총 시 ▲3인연합 측 이사진으로 분류되는 3명의 이사진 임기가 만료되고 ▲2026년 3월 주총에도 송영숙 회장의 임기가 만료됨으로써 임종훈 대표 측을 지지하는 이사진 진입이 가능해져 지주사 지배력은 보다 확대된다는 설명이다.
한미약품의 경우 현재 임종훈 대표 측 이사진이 숫적으로 불리한 구조지만 ▲2025년 3월 정기주총 시 3인연합 측 1명 임기 만료 ▲2026년 3월, 5명 이사진이 한꺼번에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따라 임종훈 대표측 이사 기용이 가능해져 한미약품 이사회까지 주도하게 된다.
임 대표는 "현재 경영자들은 분쟁 상황을 일찍 종식시키고 거버넌스를 안정시키는 걸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분쟁이 2026년까지 갈 수도 있지만, 그러한 가능성을 낮추고 일찍 종식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3인연합은 한미사이언스 발표와 관련해 "정작 주주가 가장 궁금해하는 8000억원 대규모 자금의 조달 방식에 대해서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면서 "회견 중 '증자', '매각' 등의 언급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는데, 기존 주주들 지분을 크게 희석시키는 조달 방식을 검토하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주주들에게 실상을 상세히 설명하고, 투자 배경이 '회사 미래가치'인지 자신의 '채무탕감'인지를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종훈 대표가 자신의 방식만이 회사를 지키는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이번 회견을 보며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만이 한미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을 다시한번 절감하게 됐다. 임종훈 대표는 자신의 왜곡된 신념이 한미를 더 혼란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하며 10% 지분을 가졌을 뿐인 대주주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제 욕심을 내려놓으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