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 마지막 일정인 종합감사가 14시간가량 진행됐지만 의정갈등에 대한 질의는 단 2개에 불과했다. 앞서 지난 8일 열렸던 교육위 국정감사에서도 의정갈등은 후순위로 밀렸다. 여당은 이재명 대표, 야당은 김건희 여사 문제를 지적하는데 화력을 집중시켰다. 그 사이 의정갈등 해결을 책임져야 할 교육부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재확인하면서 국정감사를 마무리졌다. [편집자주]
국립대, 의대생 복귀 마지노선 '11월'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들은 의정갈등과 관련해 교육부보다 국립대학교 총장 및 병원장들을 몰아붙였다.
특히 의대생들 복귀 가능성과 복귀 시기에 대한 질의가 이어진 가운데, 다수 국립대 총장은 남은 학사 일정상 11월 중에는 돌아와야 한다고 토로했다.
서울대는 지난달 30일 소속 의대생 780여명의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한 이유에 대해 정상적인 학사 일정을 소화하기 위한 마지노선이 10월 1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일환 제주대 총장은 지난 17일 광주교육청에서 열린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휴학 승인 등 향후 계획에 대해 "휴학 승인은 교육부와 협의할 문제이기 때문에 독단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밝현다.
그러면서 "제주대는 11월 8일을 최종 복귀시점으로 정했다. 내년 2월말까지 공휴일을 포함 수업일수를 계산, 11월까지 돌아오면 되는 상황으로 보고 학생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성택 전남대 총장은 "이번 학사 일정 2분의 1 지점인 10월말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부산대와 경상국립대는 의대생 복귀 마지노선을 11월 하순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전북대는 시점을 정해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을 발표하며 학사 정상화를 위한 1단계로 의대생 복귀 설득을 지속하는 한편, 2단계로 내년 복귀를 전제로 한 조건부 휴학 승인을 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복귀 마지노선으로 정해둔 시점까지 학생들의 복귀 설득을 이어가며, 그 시점을 넘길 경우 조건부 휴학 승인 절차를 밟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충북대 "해부학 실습은 주차장 임시시설에서"…수업 부실 우려
교육위는 또 각 국립대 총장들에게 내년 의대 정원 확대에 따라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한지에 대해 캐물었다.
다수 총장들은 정부 지원을 통해 충분히 정상 수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곳곳에서 무리한 계획이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특히 정원 증가폭이 가장 큰 충북대의 경우 의대생 수용 공간을 신축하기 전까지 주차장 부지에 임시교실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강한 질타를 받았다.
고창섭 충북대 총장은 "현재 예정돼 있는 의대 4·5·6호관과 해부학 실습동이 신축된다면 교육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4호관은 2025년부터 시공하고, 5‧6호관은 내후년부터 건축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시설들이 완공되는 2027년 3월 전까지는 주차장 부지에 대체 교육시설을 마련해 수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회 교육위 소속 김문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그렇게 부실한 시설에서 교육한 학생들에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맡길 수 있겠냐"며 질책했다.
고 총장은 또 이를 의대 측과 협의했다고 했지만, 채희복 충북의대‧충북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논의한 바 없다"고 일축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국회 교육위 김영호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앞으로 3~4년 동안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반면 총장의 태도는 너무 여유롭다. 마치 대통령실 관계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주호 "여야의정 협의체, 어렵게 찾아온 기회"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KAMC)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내건 5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앞서 의학회와 KAMC는 의사 단체 중 유일하게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결정하면서 논의할 의제로 ▲협의체 발족 전 의대생 휴학 신청에 대한 대학별 자율적 허가 ▲2025년‧2026년 의대 정원 논의 및 의료인력수급추계기구 입법화 위한 시행계획 설정 ▲의대생 교육‧전공의 수련 내실화 위한 국가 정책 수립과 지원 보장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독립성‧자율성 보장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개편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의대생 휴학 및 2025년 정원 논의, 의평원 관련 개정안 추진 등에 대해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국회 교육위 소속 고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5가지 요구사항을 한꺼번에 다 할 수는 어렵겠지만 가장 큰 사안은 대학의 자율에 따라 의대생 휴학을 허가하는 부분일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이주호 부총리는 "동맹휴학을 불허한 것은 공익 차원에서 당연히 정부가 원칙을 견지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다만 어려운 소통 기회가 열렸기 때문에 열린 자세로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고 의원이 "두 단체가 어렵게 참여를 결정했는데 교육부는 하나도 변한 게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자 이주호 부총리는 "그렇지 않다. 모든 걸 열어놓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감사가 끝나면 당장 내일이라도 대화를 시작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주호 부총리는 또 국정감사 마무리 발언에서 "의대생, 전공의, 학부모님들께 사과를 드린다"며 "교육부 장관으로서 계속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정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여야의정 협의체가 시작되는 좋은 소식을 들었다"면서 "저희가 정말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좋은 타결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좋은 해법이 나와서 여러분들이 다 고생한 만큼 정말 의료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