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 추석 연휴에 응급실 대란이 크게 없었다"고 평가했지만 실제 전국 응급실의 '진료제한' 메시지는 지난해 대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부족'이 주요 원인이었는데, 의대 교수들이 "이번 추석에 70% 이상 응급실 전문의가 12시간 이상 연속근무했다"고 현장 실상을 폭로한 데 이어 국회에서도 관련 비판이 제기됐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에 따르면, 추석 연휴인 지난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총 5일 간 전국 응급실에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알린 진료제한 메시지는 총 1879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추석 1523건보다 356건(23.4%) 증가한 건수다. 작년 추석연휴가 6일이나 됐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늘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력부족'으로 인한 진료제한 메시지가 전체의 34.3%(645건)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383건)에 비해 68.4%나 폭증한 결과다.
날짜별로는 추석 연휴 첫날인 14일(총 539건)에 가장 많은 진료제한 메시지가 표출됐는데, 이 중 41.2%(222건)의 사유가 인력부족이었다.
진료제한 메시지, 지역응급의료기관 113%·지역응급의료센터 23% 증가
응급의료기관별로 살펴보면 올 추석 연휴 중 중소병원 응급실인 지역응급의료기관의 진료제한 메시지는 올해 357건으로, 작년(167건)에 비해 113.8%나 증가했다.
진료제한 메시지가 가장 많았던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총 934건으로 작년(759건) 대비 23.1% 늘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진료제한메시지는 총 588건으로 작년(597건)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인력부족 진료제한 메시지만 따로 살펴보면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전체 588건 중 256건(43.5%)을 차지했다. 작년 158건 보다 98건 더 많았다.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지난해 200건에서 올해 357건으로,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지난해 25건에서 올해 32건으로 늘었다.
김선민 의원은 "보건복지부는 '이번 추석에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작년추석에 비해 30% 줄어 큰 혼란이 없었다'고 자화자찬했다"면서 "그러나 실제 의사들의 혼란은 작년 추석보다 더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언제까지 아픈 국민들에게 응급실에 가지 말라고 진료비를 올려가며 겁박할 것인가"라며 "내년 설, 추석에도 이렇게 할 것인가. 이게 올바른 국정방향인가"라고 꼬집었다.
전의교협 조사, 추석에 전문의 70%가 12시간 이상 응급실 지켰다
이번 추석 연휴에 응급실 의료인력이 상당히 부족했다는 점은 의료진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34개 수련병원 응급실 전문의 약 70%가 12시간 이상 연속근무를 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이달 13일부터 20일까지 응급실에 근무한 34개 수련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를 내놨다.
1주일간 28명(31.5%)이 48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답했으며, 이 중 9명(10.1%)은 64시간 이상 근무했다. 104시간 이상 근무한 경우도 3명(3.3%)이나 있었다.
최대 연속근무시간의 경우, 62명(69.7%)이 12시간 이상 연속근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5명(16.9%)은 16시간 이상 연속근무했고, 이 중 3명(3.3%)은 36시간 이상을 응급실을 지킨 것으로 파악됐다.
의협 "응급실 이용 자제 부탁→의료대란 없었다며 자화자찬"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 같은 실상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자화자찬'하는 모습에 황당함을 표했다.
의협은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응급실 이용을 자제헤달라고 미봉책을 펼쳐놓고 수준 높은 시민의식 덕에 의료대란은 없었다고 자화자찬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전(全) 의료계는 추석연휴에 국민들이 걱정 없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며 "의료진들은 이미 지칠대로 지쳤지만 연휴에 가족 대신 환자 곁에 있었다"고 호소했다.
또 "의료계는 앞으로도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의료시스템 붕괴는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