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신임 원장 취임을 계기로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예고했던 한국병원정책연구원이 영향력 있는 연구기관으로의 입지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설립 기관인 대한병원협회도 든든한 지원에 나서면서 연구원의 위상 강화에 힘을 실어 주는 등 제대로 된 연구력 발휘에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대한병원협회(회장 이성규)는 최근 한국병원정책연구원에 4건의 연구용역을 의뢰키로 했다. 연구용역비만 1억5000만원에 달한다.
그동안 병원협회 연구용역 의뢰는 통상적이었지만 4건을 한 번에 승인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연구원 부활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연구 주제도 무게감이 커졌다.
△병원 경영 현황 분석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전문의 중심병원 도입에 따른 장애요인 및 해소 방안 △의료기관 경영 지원을 위한 규제 개선 방안 △건강보험 식대 수가 개선 방안 등 굵직한 현안을 다룬다.
‘병원 경영 현황 분석시스템 구축 방안 연구’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영현황을 공유하고, 합리적인 병원경영과 정책 수립에 기반이 되는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된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영현황 분석결과를 도출해 수가협상에 활용함과 동시에 유사한 규모 및 기능을 가진 병원 간 비교 분석에도 도움을 줄 예정이다.
정부가 의료개혁 일환으로 추진 중인 ‘전문의 중심병원’에 대해서도 접근을 시도한다.
전문의 중심병원 도입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국내외 전문의 중심병원 사례를 취합해 가장 효율적인 도입 방향을 제시한다는 복안이다.
‘건강보험 입원환자 식대 개선 연구’도 눈여겨 볼 주제다. 지난 2006년 시행된 식대 수가는 2015년까지 장장 9년 동안 수가가 동결되며 병원들의 불만을 샀다.
이후 일부 가산항목 조정 등 부분적인 수가 조정은 있었지만 인건비와 물가 인상율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탓에 개선책 마련 요구가 지속돼 왔다.
연구원은 현행 식대수가에 대한 현황 및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원가를 반영한 적정수가 방안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익단체가 설립한 연구원이라는 태생적 한계 탓에 그 결과물이 제도권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다.
실제 한국병원정책연구원은 1999년 대한병원협회가 출연해 설립된 재단법인 형태의 연구기관이다.
병원과 의료제도 등 관련 정책의 연구개발, 의료자원 개발 및 효율적 활용, 의료서비스 공급과 의료환경 개선 연구 등 병원산업 육성과 병원경영 향상을 지향해 왔다.
하지만 이익단체인 병원협회 산하 기구로 출범, 운영된 탓에 병원계 입장을 대변하는 연구가 주로 이뤄지면서 연구의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외부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때문에 출범 초반 정부 연구용역 등을 수행하기도 했지만 이후로는 외부 연구과제 수주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병원협회에서 발주하는 연구용역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최근에는 석사급 연구원 2명, 박사급 연구원 1명 등 총 3명의 연구진으로 간신히 연구기능을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월 취임한 박종훈 신임원장은 우선 적극적인 외부 연구과제 수주를 통해 재정력과 연구력의 동반 성장을 도모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