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요양병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받고 있는 정책적 차별이 수치를 통해 확인됐다. 인력과 시설을 동일하게 투입하더라도 구조적인 문제로 홀대를 받고 있다는 게 요양병원들의 주장이다.
십 수년 간 이어지고 있는 차별 정책에 요양병원들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이 상황이 더 지속되면 줄도산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안병태 수가 대응 TFT 위원장은 26일 ‘2024년 추계 학술대회’ 발제자로 나서 요양병원 수가제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안병태 위원장은 “요양병원에 대한 오랜 차별 정책이 대한민국 노인의료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대체 요양병원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차별을 받아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그동안 요양병원들이 어떤 차별을 받고 있었는지 조목조목 짚어 나갔다.
일단 요양병원과 일반 병원은 기본입원료부터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일반 병원의 1일 당 기본입원료는 3만5050원이지만 요양병원은 2만1930원으로 차이가 확연하다.
뿐만 아니라 일반 병원은 2인실 10만3950원, 3인실 8만9100원, 4인실 7만4250원, 5인실 6만300원 등의 수가가 인정되는 반면 요양병원은 상급병실료 수가는 아예 책정돼 있지 않다.
격리실 입원료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급성기 병원은 1인용 격리실 입원료가 21만9430원이지만 요양병원은 12만7820원으로 격차가 크다.
2인용 14만7790과 8만5210원, 다인용 12만4870원과 7만1580원 등으로 차이가 난다. 더욱이 급성기 병원 격리실 입원료가 10% 인상되는 동안 요양병원은 수 년째 동결이다.
이러한 격차는 수가체계에 기인한다. 일반 병원은 각각의 의료행위에 보상이 이뤄지는 ‘행위별수가제’가 적용되는 반면 요양병원은 정해진 금액이 지급되는 ‘일당정액제’로 운영된다.
때문에 일반 병원은 진찰료, 입원료, 약제, 치료재료, 처치, 수술, 검사 등에 대한 개별적 청구와 가산이 가능하지만 요양병원은 원천적으로 불가한 구조다.
더욱이 일당정액제가 도입된 2008년 이후 16년 동안 요양병원 기본입원료는 30.53% 인상에 그쳤다. 같은 기간 최저시급 증가율은 261.6%에 달한다.
결국 정부의 요양병원에 대한 저수가 기조가 오랜기간 이어지면서 병원들은 이제 최저시급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안병태 위원장은 “요양병원들의 줄도산에 따른 노인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수가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먼저 출발선부터 저평가 돼 있는 상대가치점수 개선을 촉구했다. 기본입원료만 놓고 보더라도 요양병원의 상대가치점수는 270.04점으로, 430.60점인 급성기 병원 대비 크게 낮다.
안 위원장은 “급성기 병원과 요양병원의 의학관리료 상대가치점수는 같아야 한다”며 “동일한 의사면허 임에도 병원에 따라 가치를 달리 인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파했다.
이어 “요양병원도 일반 병원과 마찬가지로 상급병실 수가를 인정하고, 일부 치료에 대해서는 일당정액수가에서 분리해 행위별수가로 별도 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대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