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지만 허가 및 시판까지 문턱이 높다. 개발 과정에서 시장 요구에 맞게 임상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약가현실화, 정부지원, 민간펀드 확대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가 다양한 정책 및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의사파업,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 글로벌 협업 등 제약 환경마저 급변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지난 25일 ‘데일리메디 PR 포럼’을 개최하고 국내 제약사, 대학병원들의 미래 먹거리 ‘신약’ 개발 현황, 전략과 주요 기관들 정책 방향성 등을 심도있게 살펴봤다. [편집자주]
먼저 축사에 나선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최천옥 홍보전문위원장(한림제약 상무)은 이날 인고지능(AI) 활용 신약 개발 가치 정립이 필요하다고 평가하고, AI 도입 당위성, 방법론 확보를 당부했다.
최천옥 홍보전문위원장은 “신약개발 과정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연구개발 소요 재원 최소화를 위해 이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AI 잠재력에 최근 10년간 AI-우선 기업 200개에 총 18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뤄졌다”며 “적극적으로 AI를 채택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업계에선 AI를 도입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지만 방법론은 미진하다. 어떤 방식으로 도입할 것인지 등 방법론을 모색해 활용할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신약개발 생태계 구축 속도···구성원 간 연계 중요
표준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융합연구원 부원장은 ‘의약품 디지털 융합연구 공동기획‧수행 허브 ‘AI신약융합연구원’을 주제로 국내외 동향과 방향성에 대해 제언했다.
표준희 AI신약융합연구원 부원장은 “다수 AI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고 있고 연구를 통해 주목받고 있다”며 “AI를 적용한 신약 개발 라인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국내외 다양한 신약들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제약사, AI개발자, 인프라제공자, 데이터공급자 등 구성원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약 개발은 그 자체로 성공이 어렵기 때문에, 신약 개발에 AI를 활용할 경우 단기간 혁신적 성과가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고도화된 협업 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선진국이 AI를 플랫폼과 결합해 개발하다 보니 경쟁을 피할 수가 없게 됐다”면서 “생태계 구성원 간 협업 역량 제고를 위한 연계 방안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데이터 활용도가 낮은 문제를 제도적인 장벽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정부의 공공데이터 활용을 비롯해 AI 기술 동향 분석 및 공유체계를 만들고, 전문가 논의를 통해 ‘한국형 기술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韓 바이오 질적 성장 ‘미미’···핵심 인재 ‘의사과학자’ 필요
김하일 카이스트(KAIST) 의과학대학원 학과장은 ‘대한민국 의약산업 미래 의사과학자’를 주제로, 이날 AI 신약개발 활성화에 있어 의사과학자 중요성을 설파했다.
김하일 학과장은 “한국을 비롯 다양한 나라가 바이오 분야에서 기술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며 “양적으론 투자를 통해 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질적으론 큰 성과를 못 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며 “한계를 넘기 위해 핵심인재를 양성해야 하고 이 부분에서 의사과학자들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분야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부분이 많아 의사들 역할이 매우 크다. 과학적 지식 등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면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있고 혁신적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과거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혈당이 올라가지만 그 이유에 대해선 접근할 방법이 없었다”라며 “현대에는 기술적 도움으로 유전적 특징을 판단해 치료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이 정밀의료”라며 “문제는 우리나라는 의사과학자가 부족해 이런 새로운 의료 기술을 만드는 것에 크게 앞선 적이 없었다. 이제는 우리가 그것을 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논문을 많이 쓰고 뛰어난 성과를 내는 분들이 많다.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미국식 의전원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약개발 성공 극대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김지헌 부광약품 연구개발 본부장(전무)은 ‘부광약품 혁신신약개발 도전과 미래’를 주제로, 신약개발을 위한 개발 현황과 시장 특징 등을 공유했다.
부광약품은 내분비계, 심혈관계, 정신신경계 등 의약품을 주력으로 제조 및 유통, 판매하고 있다.
특히 부광약품은 신약 개발 R&D 투자에 적극적인 업체 중 하나다. 작년에만 R&D 비율이 31.4%로, 악화된 재무상황에도 신약 개발 의지가 남다르다.
김지헌 부광약품 연구개발본부장은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무려 1만개 이상 후보물질 테스트를 해야되고 그 기간은 10년 이상 걸린다”며 “자체 개발 성공률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광약품은 오픈이노베이션이란 내부 혁신을 가속화 하고 시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면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개발한 신약 성공률은 34%까지 올라가는 만큼 현재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한양행처럼 파이프라인 확보 측면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기술도입 사례가 성공을 이끈 것”이라며 “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등도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광약품은 자회사 모델로 덴마크에 위치한 콘테라파마, 이스라엘 프로텍트 테라퓨틱스 등을 통해 신약을 개발 중”이라며 “과거엔 신약만 집중을 했다면 앞으론 개량신약 등 파이프라인을 다양화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 약(藥) 개발 나선 의사···정부지원 축소 ‘아쉬움’
최근 의사들이 직접 신약 개발에 뛰어든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 교수이자 회사 아델 대표이사인 윤승용 교수는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에 전력 중이다.
윤승용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교수(아델 대표)는 ‘사내 벤처 아델, 타우 단백질 표적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주제로,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 상황 등을 공유했다.
윤승용 교수는 “빅파마에 라이센스인을 할 수 있는 타우 항체 타겟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며 “많은 기업들이 개발에 나서지 않았고 기존 치료제보다 뛰어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을 확진할 수 있는 양대 병리 요건으로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항체가 있다. 과거 베타아밀로이드 타깃은 적잖은 개발 시도가 있었지만 타우 항체 타깃 개발은 전무했다.
실제로 일라이 릴리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도나네맙 성분 신약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뭉치지 않도록 막는 방식이라면, 아델의 ADEL-Y01은 타우 단백질을 공략한다.
윤 교수는 오스코텍과의 협업 등 치매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향후 개발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다만, 정부 예산 지원 규모 축소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치매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국가 치매사업단이 발족해 많은 기여를 했지만 처음 기대 예산에 비해 많이 줄었다”며 “개인 연구자들에게는 안 좋아지는 결과가 나와 전체 예산 확대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