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초기 감염단계에서 감염된 세포만을 특이적으로 인지해 분리 가능한 분자센서가 개발됐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준석 교수팀은 ‘T-모양’의 신규 발광분자 구조체(EliF)를 개발하고 이들 유도체 중 미세한 환경변화에 선택적으로 감응하는 분자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 분자는 조류독감 바이러스 감염 초기에 감염된 세포에서 선택적으로 발광하는 특성을 보여 감염된 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구별 가능하다.
기존 조류독감 감염진단연구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 특이적인 PCR 기법과 바이러스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활용해 검출하는 기법으로 한정돼 있었다.
이는 감염되는 대상과는 상관없이 바이러스를 직접 관찰하는 방법으로, 연구팀은 바이러스와 숙주세포의 상호작용에서 힌트를 얻고 연구를 수행했다.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증식하는데, 이 과정에서 숙주세포의 유전적, 발생학적 특성에 따라 감염 감수성에 차이를 갖는다.
연구팀은 여러 장기로부터 유래된 세포 및 유전적으로 다른 배경을 가진 세포주 모델에서 조류독감 감염 양상이 다르다는 점을 보고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바이러스와 숙주세포의 상호작용을 분자수준에서 이해하고자 새로운 분자프로브 및 화학단백체학 분석법을 연구해 왔다.
연구팀은 형광 분자의 구조 유연성을 제어해 주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감응하는 ‘T-모양’을 가진 EliF 형광체를 설계하고 유사구조의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연구 중 신기하게도 분자들이 살아있는 세포에서 소포체 모양으로 모여드는 성질이 관찰됐는데, 형광체 자체 특성으로 소포체를 표적하는 예는 학계에 보고된 바 없다.
나아가 세포 내에서 EliF와 상호작용하는 단백질을 규명하기 위해 생물정보학 분석을 수행, 소포체 스트레스와 관련된 단백질과 EliF 분자가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책임자인 이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가 감염에 대한 기전을 이해하고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네이처 자매지인 ‘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