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에선 조류 인플루엔자(AI)가 팬데믹(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 기술 개발 및 생산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료계의 제언이 나왔다. 또 팬데믹 발생시 치명률에 따른 백신 접종 전략 수립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글로벌 백신기업 CSL시퀴러스코리아는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류 인플루엔자의 잠재적 위험성과 글로벌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주요 기술력 및 글로벌 협력 현황 등을 공유했다.
이날 행사에서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는 ‘조류 인플루엔자: 위험성, 최신 동향 및 한국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조류 인플루엔자의 위험성과 한국의 조류 인플루엔자 대응 전략 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발표에 따르면 조류 인플루엔자는 주로 야생 수조류에서 발생하는 전염성 호흡기 질환이다. 가금류와 야생 조류를 넘어 포유류와 사람에 대한 감염 사례도 빈번해지는 상황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H5N1은 A형 인플루엔자의 변이종으로 지금까지 300종 이상의 조류와 40종 이상의 포유류를 감염시켰다.
실제 올해 4월부터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감염된 소와 가금류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된 사례가 총 14건이 보고됐다. 고양이들이 소독되지 않은 우유나 사료에 쓰인 냉동 닭고기를 먹고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돼 폐사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재갑 교수는 그중에서도 “포유류의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이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를 분명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 지속적인 사람 간 전파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최근 동물에서 사람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 감염 사례가 잦아지는 만큼 학계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팬데믹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특히 H5N1 바이러스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오리 농장 등에서 H5N1 바이러스 확진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대응계획 심포지엄’을 개최한 질병관리청은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교수는 “조류에서의 인플루엔자 유행이 포유류로 넘어오고, 포유류에서의 유전적 변이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형태로 변이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새로운 팬데믹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을 성공적으로 차단하며 세계적으로 방역 체계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사례에 주목했다.
그는 팬데믹이 발생하면 우선 치명률에 따라 백신 접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65세 이상,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우선 접종이 이뤄져야 하며, 활동 반경이 넓고 활발한 경제활동 인구, 의료진 등 전파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에 대한 접종도 신속히 실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백신 항원을 절약하고 고령층이나 면역저하자의 면역원성을 개선하기 위해 면역증강제도 확보돼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보통 인플루엔자와 같은 팬데믹이 발생하면 젊은 층이 유행을 주도하고 선도하는 경향이 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서는 면역증강제 기술을 통해 백신의 항원을 아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발생에 대한 신속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향후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선 개선된 범용 인플루엔자 백신 기술의 개발 및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충분한 물량을 비축하는 등 사전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