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겉으로는 바이오헬스산업을 국가핵심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핵심이 되는 국산신약 약가 우대에는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국정감사 서면질의에 대한 복지부 답변만 봐도 이 같은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 의원은 "제약산업육성법에는 혁신형제약기업에 대한 약가우대 근거 조항이 있는데, 실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했으며, 복지부는 "특정 기업에 대한 지원은 국제통상 규범상 통상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 중"이라고 답변했다.
지난 2016년 국내사가 개발한 혁신신약에 대해 약가 우대를 해 주겠다는 정책 발표에 대해 미국이 "한미FTA 의무를 어기고 미국 제약사 권리를 짓밟는다"는 항의에 해당 정책을 폐기했다. 그 이후부터 여전히 미국 등 강대국 눈치만 보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신약은 새로운 작용기전의 신물질 신약인 '퍼스트 인 클래스'와 동일 계열 내 효과가 제일 좋은 약인 '베스트 인 클래스'로 나뉘는데,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약은 대부분 후자에 속한다.
베스트 인 클래스의 경우 시장에 출시된 제네릭의약품을 포함한 모든 대체약제 가중 평균가의 90%에서 약가가 결정된다.
문제는 정부가 국산신약 가격을 산정할 때 참조하는 ‘대체약제군’에 약가가 대폭 떨어진 제네릭까지 포함시킨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 약가제도에 따라 오리지널의약품 특허만료로 제네릭의약품이 시장에 진입하면 1년 뒤 오리지널과 동일한 모든 약제는 가격이 53.55%로 떨어진다.
가격이 절반 가량 깎인 약제들이 국산신약 약가 책정때 참조하는 대체약제군에 포함돼 베스트 인 클래스로 개발된 국산신약은 신약임에도 불구하고, 당초 오리지널약의 평균 45% 수준에서 약가가 책정된다.
국산신약에 책정되는 45% 약가는 제네릭에 부여되는 53.55% 약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신약의 경우 평균 500억원 이상 개발비용이 소요되는데 반해 제네릭은 이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가격 책정은 매우 비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자국에서 개발된 신약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혁신신약 약가 가산’이라는 명목으로 선진 7개국 평균약가의 70~120%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도 최근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해 미국 내 바이오 생산 인프라 지원에 약 2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위 힘 있는 나라가 주도하는 자국 우선주의는 당분간 다자주의를 대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한국 정부도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