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뇌 질환 디지털 치료제 개발기업 로완이 의료법 위반 혐의로 논란을 빚으면서 ‘국내 1호’ 타이틀까지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
로완이 자사 치매 예방 디지털 치료제인 ‘슈퍼브레인’을 홍보하면서 ‘국내 최초로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상용화한 디지털치료제’라고 밝힌 내용들이 허위로 판명나면서다.
특히 거짓 홍보로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60억 원대 투자 유치에 성공한 점을 두고 투자 유치를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 2017년 설립된 로완은 디지털 인지중재 치료프로그램 슈퍼브레인을 개발한 기업이다. 슈퍼브레인은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 치료적 중재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다. 인공지능(AI) 기반 뇌 기능 향상 알고리즘으로 치매 발병 예방 및 지연을 가능케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약물보다 부작용 위험이 적고 순응도 추적이 용이하며 의사 처방이 가능하며 환자 입장에서도 꼭 복용해야 하는 약물이 아닌 즐기면서 훈련할 수 있는 활동에 가깝고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하다.
개발 당시 인하대, 이화여대, 아주대, 전남대, 경희대 등의 대학병원과 함께 3년간 임상시험을 거쳐 효능을 입증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국내 15개 대학병원과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2차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게 탄탄대로를 걷던 로완이 위기를 맞았다. 로완이 슈퍼브레인을 홍보하면서 ‘국내 최초로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상용화한 디지털 치료제’라고 알린 내용이 거짓이라는 판명이 나오면서다.
업계에서는 "국내서 아직까지 허가를 받은 디지털치료제가 없다는 근거로 로완이 의료법을 위반한 허위 광고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이 일면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실제 로완의 혐의는 대부분 인정되는 분위기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치료제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8월 디지털 치료제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식약처는 디지털 치료제를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한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의료기기 사용 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가지며 독립적인 형태의 소프트웨어로만 이루어진 의료기기’를 의미한다.
슈퍼브레인이 디지털 치료제로 분류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슈퍼브레인은 환자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는 맞지만 의료기기는 아니다. 결국 디지털 치료제 핵심 요건인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로완 측은 문제를 인지하고 시정 조치를 했다면서도 내심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로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디지털치료제를 표방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기업이라는 이유에서 안타까운 심경도 읽혀진다.
현재 국내에서 식약처 디지털치료제 가이드라인에 맞춰 확증 임상 단계를 밟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뉴냅스(2019년 6월), 라이프시맨틱스(2021년 9월), 에임메드(2021년 9월), 웰트(2021년 9월), 하이(2022년 2월) 등 5곳이다.
로완도 조만간 임상시험수탁기관(CRO)를 선정하고 임상시험을 신청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시기상 1호 타이틀을 내줄 가능성이 높다.
로완 관계자는 “지난 2017년 인지중재치료가 신의료기술로 지정받은 후 슈퍼브레인이 이를 기반으로 만든 소프트웨어라는 점에서 슈퍼브레인을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라고 정의해온 게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합하지 않은 문구로 오해를 일으켰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처음으로 개발한 것은 맞다”며 착잡한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