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액 재사용, 집단감염 유발시킨 의사 '집행유예'
대법원, 원심 확정 판결…77명 C형 간염 인과성 인정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일회용 주사액을 다른 환자에게 재사용해 무려 77명을 C형 간염에 걸리게 한 의사가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대법원(재판장 노태악)은 환자의 혈액이 들어있는 주사기 및 수액백과 주사액을 재사용, 77명이 C형 간염에 감염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A씨에게 금고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자가혈 치료술(PRP)을 시행하면서 환자 혈액이 들어있는 주사기를 다른 환자에게 재사용했다.
또한 한 번 사용한 주사제 바이알에 남아 있는 주사액을 다시 뽑아 다른 환자에게 투여했다.
질병관리본부 의료관련 감염 예방지침에 따르면 침습적인 수술은 혈액을 매개로 하는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일회용량 바이알이나 수액백은 한 환자에게만 사용해야 한다.
검찰은 "이 같은 A씨 시술행위로 환자 77명이 C형 간염에 감염됐다"며 업무상과실치상과 의료법 위반 등으로 그를 기소했다.
이어진 재판에서 A씨는 "수액백이나 주사액을 여러 환자들에게 사용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설령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C형 간염은 주사액을 사용하는 시술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와 당시 함께 근무했던 의사 B씨는 ‘수액백과 주사액을 여러 환자들에게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에게 진료를 받은 환자들 또한 ‘한번 사용해 혈액이 들어 있는 PRR 시술용 주사기를 수액백이나 주사제제 바이알에 꽂아 수액 및 주사액을 뽑아 사용하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1심 재판부는 이같은 진술을 근거로 A씨에게 감염 예방을 위한 주의의무를 성실히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금고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 행위가 잡단 C형 간염 감염으로 이어졌다는 근거로는 감염 환자들에 대한 바이러스 염기서열 검사 결과, 동일한 감염원으로부터 감염됐다고 판단되는 점, 최초 감염자가 A씨 진료일이 일치하는 점 등을 들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항소심 중 피해자 77명 가운데 39명과 합의하고 위자료를 공탁했다는 점 등을 들어 A씨에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은 이같은 원심이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며 A씨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