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벌금 50만원의 형사 처벌을 받았다는 이유로 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최근 의사면허 취소 기준을 강화한다는 취지의 법안이 의료계 반대로 무산된 가운데, 자격정지 처분에 신중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관심이 모인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12부(재판장 홍순욱)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의사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손을 들어줬다.
2017년 서울에서 의원을 운영하던 의사 A씨는 환자의 상해 정도를 과장해 입원진단을 내리고 부당하게 요양급여를 청구했다며 사기, 사기방조, 의료법 위반 사실로 기소됐다.
수사기관으로부터 A씨 의원이 의료법을 위반했단 혐의 사실을 통보받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A씨가 실제로는 입원진료를 실시하지 않았음에도 요양급여를 부당 청구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내용의 조사 내용을 본인에게 통보했다.
이에 A씨는 관련 형사사건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바, 판결 확정시까지 업무정치처분 유예를 요청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그리고 1심 재판결과를 A씨로부터 전해 받은 복지부는 업무정지 및 과징금 부과처분 없이 부당금액에 대한 환수처분만 이뤄진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그러나 이어진 항소심에서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기소내용 중 사기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판결이 확정됐다.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형사처벌을 근거로 2020년 A씨에게 2개월의 의사 면허 자격정치 처분을 했다.
이에 A씨는 복지부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를 제기했다. 앞서 현지조사를 받을 당시 복지부가 '업무정치처분 및 과징금 부과처분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단 것이다.
이같이 말했던 복지부가 현지조사를 한 때로부터 3년이 지나 자격정지 처분을 한 것은 행정절차법상 신의성실 원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신의성실 원칙 위반에 대한 A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복지부가 이 사건 현지조사를 거친 때로부터 3년여 만, 판결이 확정된 약 1년 5개월 후에 처분을 했지만, 이는 현지조사 주체와 의사면허 자격정치 처분 담당 부서가 서로 다른 내부적 사정에 기인한 것"이라며 "행정에 대한 신뢰와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는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복지부)는 또한 A씨에게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및 과징금 부과처분'이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의료법상 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며 ”면허정지가 이뤄지지 않았을 거란 공적인 견해를 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 자체는 그가 선고받은 형사처벌에 비해 지나치게 무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 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했거나 남용했는지 여부는 처분사유로 된 위반행위 내용과 처분행위에 의해 달성하려는 공익목적을 객관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크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해 위법하다"며 복지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