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만해주십시오.’ 6월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러한 제목으로 올라온 글은 불과 이틀만에 20만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되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새로운 국면에 맞닥뜨린 모양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요원 1900여 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정규직 전환할 것이라는 계획이 알려지자 공사 안팎에서 여론이 들끓었다.
공사 내부적으로는 정규직 노조가 청원경찰 직고용은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제기 준비에 나섰고, 외부에서는 소위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에 입사를 꿈꾸던 취업준비생들이 허탈감을 표하며 반발했다.
이에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이 논의 중인 일부 국립대병원 노사도 여론 향배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전국 14개의 국립대병원들은 교육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이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 건과 관련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이 확정되면 아무래도 기존 직원들과의 감정적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의 경우처럼 정규직 직원들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지는 않더라도 내부적으로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힘든 준비 과정과 채용 절차를 거쳐 입사한 기존 정규직 직원들로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만이 실제로 확인된 경우도 있다. 서울대병원 분원인 분당서울대병원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해 병원이 2017년 7월 이후 입사자 대상 공개채용 방식을 도입토록 했다.
전남대병원의 경우에는 지난해 병원이 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조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전남대병원이나 분당서울대병원처럼 직원들 간 갈등 사례도 일부 있지만 다른 병원들의 경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큰 갈등은 없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를 견지할 뜻을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부산대병원의 경우에는 지난해에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대표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함께 단식농성을 하기도 했었다”며 “전북대병원 직원들도 큰 거부감이 없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노조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현재 정규직 전환을 논의 중인 일자리들은 실제로는 '중규직'으로 취준생들이 공채를 통해 입사하려하는 정규직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이 되더라도 정규직 직원들 수준으로 처우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규직 전환의 주 목적은 고용 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