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다른 의원과 입원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0억원의 요양급여비용을 환수처분 당한 의사가 대법원 판단에서 승소했다.
다만 환자로부터 받은 입원료에 한해선 환수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재활의학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앞서 A씨는 같은 건물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B씨와 얘기해 해당 의원의 입원실을 신고 없이 사용했다.
이어 다른 C의사와 해당 건물을 공동임차해 사용하면서 내과의원 내 입원실에서 재활의학과 치료를 실시했다.
이같은 사실을 밝혀낸 건보공단은 2018년 A씨가 부당하게 요양급여를 청구했다며 9억5478만원의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했다.
A씨는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A씨는 공동임대를 하는 과정에서 의료기관 개설 신고를 했고, 이를 통해 요양기관으로서 공동사용에 대한 신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항변했다.
또한 해당 내과의원 원장에게 ‘입원실을 함께 사용해도 된다’는 동의를 받았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이러한 이유로 환수처분의 근거가 되는 국민건강보험법 57조 1항이 규정하는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은 “당사자 간 동의가 있었더라도 관련 서류를 미리 제출하지 않은 채 입원실을 공동이용한 것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내과의원에서 재활의학과 관련 치료를 한 것은 ‘개설지 외 의료행위’로 볼 수 있다”고도 밝혔다.
또한 환자 편의와 요구에 따라 내과의원 입원실을 사용했다는 A씨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정황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동이용한 부분이 입원실이며, 입원실 외 다른 의료시설이나 인력 및 장비를 부당하게 공동이용한 사실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환수처분의 범위를 원심과는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물리치료는 타 요양기관과 시설, 장비, 인력의 공동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며 공동이용 신고를 하지 않은 공간에서 이뤄진 물리치료행위와 관련해선 부당이득징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진찰, 검사 및 약제처치와 간호 등의 요양급여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선 고시 규정을 위반했지만, 요양급여 환수처분의 근거가 되진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이유로 10억원에 이르는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한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고 판단,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