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연간 출생아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20만명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출생아 수는 21만1768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8.8% 줄었다.
통상적으로 연말이 연초 대비 출산이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명 아래로 떨어질 확률이 높은 셈이다.
연간 합계 출산율도 2018년 0.98명, 2019년 0.92명에 이어 올해는 0.8명대로 떨어지며 3년 연속 1명 이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매년 심각해지고 있는 출산율 반등을 위해 전방위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의학 분야에서는 난임 치료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난임시술을 통한 임신율과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2012년 전체 출생아 48만4550명 중 1만4087명(2.91%) 수준이었던 난임시술 출생아는 2016년에는 40만6300명의 출생아 중 1만9736명(4.86%)으로 늘었다.
지난 2017년 10월부터 난임시술이 급여화된 데 이어 2019년에는 연령제한을 폐지하고 건강보험 지원 횟수도 확대하면서 난임 시술에 대한 접근성은 더욱 높아졌다.
그래서인지 불임, 난임 진료를 받는 환자들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총 109만7144명이 불임으로 진료를 받았다. 치료에 사용된 건강보험 진료비는 약 3714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난임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임상현장에서는 난임 치료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난임 시술 부분에만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상대적으로 외면 받아왔던 남성 난임의 경우 최근 들어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남성 난임 진료 급증 추세 속 여성은 반대로 감소
실제로 2015년 난임으로 진료를 받은 남성은 5만3980명이었는데 2019년에는 7만9251명으로 2만명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여성 난임 진료 인원이 16만2083명에서 14만5492명으로 1만명 이상 준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남성 난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조기 발견을 위한 검사 여건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실정이다.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민승기 보험부회장은 “현재 정액검사 보험급여가가 5300원인데 오래 전에 책정된 것이다보니 수가 자체가 터무니 없이 낮다”며 “예전에는 환자들에게 화장실에 가서 정액을 받아오라고 하던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시대가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액 검사를 실시하는 의료기관들은 환자들이 정액을 받을 수 있도록 독립된 공간을 마련해야 하며, 여기에 정액 채취에 도움을 주기 위한 영상 설비 및 소모품 등도 구비해 둬야 한다.
이처럼 검사를 통해 받는 수가보다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훨씬 크다보니 검사를 실시하는 기관 자체가 적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경우에는 엄두를 내기도 쉽지 않다.
남성들은 불임·난임이 의심되더라도 주변에 있는 병·의원을 찾아 손쉽게 검사를 받기가 어려운 이유다.
이에 민 부회장은 “정액채취료라는 수가를 별도 신설할 필요가 있다”며 “1만원 정도만 수가가 책정돼도 정액 검사를 실시하는 의료기관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자가 난임의 원인 경우도 꽤 있는데, 남성들이 비뇨의학과에 찾아와 정액검사를 활발히 하게 되면 불필요한 시술을 줄일 수 있다. 결국 난임 부부 수는 똑같다고 하더라도 국가적으로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들도 난소 기능을 확인하는 ‘AMH(항뮬러관호르몬) 검사’에 대한 급여 적용이 난임 원인 규명 및 치료를 위해 실시한 경우 연간 1회로 제한적이다.
결혼을 앞뒀거나 혹은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일반 여성이 사전에 난소 가임 능력이 얼마나 되는 지 등을 확인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선 비급여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급여로 AMH 검사를 할 경우에는 병원별로 차이는 있지만 통상 5~8만원 비용이 든다.
난임 부부들이 조기에 난임을 인지하고 검사와 치료에 나설 수 있도록 교육 상담 부분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난임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장기간 임신을 시도하다가 뒤늦게 난임을 진단받는 경우, 출산 가능성은 낮아지고 검사·치료에 대한 비용 부담은 증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난임지원, 시술 중심에서 검사 분야까지 확대돼야
이에 대해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상담과 검사에 대한 정부 지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이사장은 “현재 시술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병원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상담에 소홀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며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보다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담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검사를 원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조기에 난임을 인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난임시술을 통해 임신을 할 경우 다태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상담 필요성이 큰 이유다.
대표적 난임시술인 시험관 시술은 임신 성공률 제고를 위해여러 개의 배아를 이식하는 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정상 임신에 비해 다태아 임신율이 높아진다.
다태아 임신은 정상임신에 비해 고위험 임신, 미숙아 출산 등의 우려가 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보건복지부도 지난해 난임 조기발견 등을 위한 교육상담 수가 신설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아직까지 현실화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국회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중앙난임전문상담센터 및 권역별 난임전문상담센터를 설치 운영토록 하는 내용의 '난임치료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가 국가 가임력 보존 차원에서 정자 동결 보존 등을 급여화하는 동시에 공공정자은행 설립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남철 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정자 숫자가 적을 경우 여러 번 채취를 해 준다든지, 운동성이 좋은 것만 분류해 동결 보존해 준다든지 여러 방법이 있는데 현재 이런 부분은 보험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일본, 유럽 등은 이미 공공정자은행을 운영한 지가 30여 년이 됐는데 우리나라는 가임력 보존 부분에서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공정자은행 설립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