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한 해 농사를 가늠짓는 수가협상이 임박한 가운데 협상에 임할 단체 중 유독 대한병원협회에 이목이 집중된다.
전체 요양급여비용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적 비중의 단체라는 점 외에도 협회 수장이 다름아닌 병원계 보험통(通)으로 불리는 박상근 회장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더욱이 취임 후 첫 현안이 박상근 회장의 최대 경쟁력으로 꼽히는 보험, 그것도 수가협상이라는 점에서 보험 베테랑 회장의 첫 성적표에 병원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실제 박상근 회장은 병원협회에 입성하기 훨씬 이전인 지난 1994년 상대가치연구위원을 시작으로 요직을 두루 거치며 건강보험과 관련된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돼 왔다.
지난 20년 간 박 회장이 맡은 보험 관련 감투만 해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상근 전문심사위원, 대한의학회 보험이사, 보건복지부 분쟁조정위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 등 다양하다.
특히 병원협회 내부적으로는 최장기간 보험위원장 직함을 맡으며 병원계 보험 전문가로 인정을 받아왔다. 물론 병원계를 대표해 수가협상 테이블에 나선 것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올해는 협상단 대표가 아닌 협회 수장으로써 수가협상을 치러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협상 결과에 대해서도 모든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험 전문가가 진두지휘하는 협상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분위기를 감안하면 2015년도 수가협상은 결코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5년 간 병원 수가인상률만 보더라도 여의치 않은 상황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병원계는 2010년 1.4%, 2011년 1.0%, 2012년 1.7%, 2013년 2.2%, 2014년 1.9% 등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평균 1.64%에 불과한 인상폭이다.
이 기간 동안에도 보험 전문가 박상근 회장이 직접 협상단 대표로 여러 차례 나섰지만 정부의 저수가 정책에 부딪치며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반 진료비 수가와 함께 8년째 동결중인 식대수가 현실화 역시 박상근 회장이 풀어야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를 감안해 현재 병원협회는 근거에 기반한 수가협상을 위해 2015년도 병원 환산지수 연구와 입원환자 식대수가 개선방안 연구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식대수가 개선연구에는 병원영양사협회 자문을 통한 적정 영양공급 수준과 이를 위한 적정식대 원가 산출, 식대 가격조정 당위성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계 한 인사는 “보험의 능통한 박상근 회장이 병협 수장에 오른 만큼 여느 때보다 기대가 높다”며 “이번 협상에서는 좋은 성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해박한 지식과 냉철한 논리가 있더라도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라며 “정부의 소통 의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한편 병원협회는 이계융 상근부회장이 단장을 맡고 민응기 보험위원장 내정자(제일병원장)와 김상일 양지병원장 등으로 협상단을 구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