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100년 역사상 첫 '회장 탄핵'이라는 사태 속에서 발족한 대통합혁신특별위원회가 출범 8개월여 만에 가시적 성과를 내놓을 채비를 하고 있다.
올 봄, 폭력으로 얼룩진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노환규 前 회장은 결국 탄핵됐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와의 갈등과 사원총회, 대의원 개혁을 언급했던게 불씨가 됐다.
회장 불신임이라는 사태 속에 아슬아슬한 형국이 이어졌고, 이를 바로잡아 보고자 대통합혁신위원회가 태생했다. 내홍으로 인한 상처를 봉합하고, 의료계의 대동단결을 도모한다는 취지였다.
위원회가 어렵지만 일단은 칼을 빼들었다. 비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라는 비난과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린 결단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대의원회 개혁은 집행부도, 대의원회도 오래 전부터 그 필요성을 인정해 왔다. 그 가운데 대통합혁신위원회는 지난 22일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했다.
총 250명의 대의원 중 지역의사회의 파견 대의원 '직선제' 선출. 의학회 등 기존 배정돼 있던 고정 대의원은 감축이 유력시 된다. 내달 공청회를 통해 최종 의견수렴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지역에서 직접선거로 회원들이 대의원을 뽑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이다. 위원회는 회원들의 ‘진짜’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는 대의원회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합’이 무색하게 또 서로 간 불신의 벽을 높여만 간다면 되돌아오지 못할 지경에까지 다다를 수 있다.
다행히 수 개월 동안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며 진통을 겪어왔던 의과대학 교수들과의 갈등은 일단락될 조짐이다.
최종적으로 대의원 수 조정안이 확정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리겠지만 ‘병원의사’로 총 3명의 대의원 몫이 주어진 가운데 병원의사협의회 1명, 여의사회 1명, 의과대학교수협의회 1명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대의원회 변영우 의장은 최근 의협 발전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다시는 이 같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대의원 진출에 장벽이 높았던 이들에게 지분이 생겼다는 점을 되새기면 일단은 대의원회 개혁의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선택이 정확하다면 전망도 밝다. 대통합혁신위원회가 대의원 수 조정을 시작으로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갖춘 조직으로 거듭난다면 의료계 대통합 꿈이 그리 먼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