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공급자 단체장 간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가협상에 들어간다.
6개 공급자단체는 신구(新舊), 남녀(男女)를 조합해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단 구성을 완료하고,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의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한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처음으로 대한의사협회를 대표해 협상 단장직에 이름을 올린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은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개원가의 어려움을 전하고, 필수의료의 강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김 단장은 "필수의료 강화가 선행돼야 보장성 강화도 있다. 거리를 지날 때면 병의원 간판이 바뀌는 현 상황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 않냐"며 "정부도 원가에 미치지 않는 수가란 말을 더 이상 듣는 것은 달갑잖을 테니 필수의료를 살려가자는 이야기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 이계융 상근부회장은 "공감과 현실감 있는 호소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2년을 기점으로 병원 경영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수건도 나올 것이 있어야 쥐어짠다. 숨을 쉴 수 있는 여유를 줘야한다. 일선 병원 사례를 중심으로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략의 일부를 공유했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에 반해 겸허하고 조용하게 협상에 대비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한치과협회 마경화 보험부회장은 "경건하며 겸허한 마음"이라면서 "작년엔 결렬되고 고생도 했다. 올 해에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지만 급격한 급여비 증가가 전적으로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는 시각은 바꿀 것"이라는 뜻을 피력했다.
대한약사회 이영민 상근부회장도 "약사회 차원에서는 카드수수료 등 재정여건과 환경의 문제, 약국의 특수성에 대해 명확히 전달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추가재정 규모를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공급자단체가 함께 노력하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고 뜻을 전하기도 했다.
공급자단체들과 함께 보험자인 공단도 단체들의 논리를 반박하고 협상 테이블에서 승리의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상인 급여상임이사는 '원가분석과 환산지수 연구 등 근거를 중심으로 한 협상'을 거론하며 명확한 기준과 근거에 입각해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협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특히 "우리가 믿을 수 있는, 합리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균형을 맞춰주는 차원으로 논의가 이뤄져야할 것"이라면서 "경영수지가 어느 정도라도 투명하게 공유가 돼야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정해질 것"이라고 판단의 기초가 될 자료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가운데 7개 기관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단어가 있다. '건강보험 지불준비금'으로 일반적으로 건보재정 흑자분을 말하는데 내년도 수가협상 향배는 15조원에 달하는 흑자분 용도가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공급자 단체들은 지난해 말 기준 약 12조8000억원, 올해 예상 흑자를 더하면 대략 1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는 건강보험재정과 관련해서 단기 보험인 건강보험 성격상 쓸 때는 써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즉, 어떤 식으로 써야할 지에 대해서는 단체들 간 이견이 있을지언정 그간의 목마름을 해갈할 수 있는 규모로 추가재정폭(밴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뜻을 함께 하고 있다.
반면 공단은 15조원이 결코 넉넉한 금액이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하며 보장성 강화나 고령화 대비 등 정책적 활용 등으로 용도를 정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이상인 급여상임이사는 "수개월치 진료비에 불과하다"며 "건강보험 재정 파탄의 경험을 토대로 지불준비금 규모와 향후 소요되는 건보재정을 추산해 지속 가능한 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건강보험 흑자 용도를 중심으로 향후 20여일 남짓한 기간 동안 어떤 논리와 주장이 오고가며 2016년 한해 살림살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