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인상 빅딜 부대조건…醫·病·藥·韓 당혹
건보공단, '진료비 목표관리제' 제시…'추가 소요재정 축소' 압박
2015.05.27 20:00 댓글쓰기

27일 수가인상 규모를 좌우할 재정운영소위원회 논의 결과가 전해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다시 추가소요재정(밴딩)을 축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동결'까지 언급됐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략적 행보에 나섰다. 대략적인 밴딩폭을 공개하기 전에 '진료비 목표관리제'라는 부대조건 카드를 제시했다.

 

추가재정이 적은 만큼 '부대조건'이라도 수락해야 협상에 유리할 것이라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아울러 한 곳이라도 이 카드를 받아든다면 다른 단체 압박도 수월해진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 왼쪽부터 이종남 수가급여부장, 박국상 보험급여실장, 이상인 급여상임이사, 현재룡 급여보장실장.

 

협상을 마치고 나온 대한병원협회 이계융 수가협상단장(상근부회장)은 "이례적으로 부대조건이 빨리 공개됐다"면서 "공단이 재정소위 결과 수가협상이 어렵다는 얘기를 전하며 목표관리제를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 초기 전 유형에 뿌려 인센티브를 받겠다는 집단이 있으면 이를 지렛대로 이용하려 할지도 모른다"면서 "가입자 입장에서는 필요하다고 볼지 몰라도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역시 '목표관리제'를 부대조건으로 제안 받았다. 다만 3개 단체 대표 모두 "생각해볼 것"이라며 예년처럼 격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의협 김숙희 단장(서울시의사회장)은 "파격적인 조건에 대한 말은 없었지만 다른 곳과 공통되게 제시한 것 같다"면서 "파격적으로 준다고 해도 하루 이틀로 결정할 수는 없다. 생각해 봐야할 일"이라고 전했다.

 

약사회 이영민 단장(보험부회장) 또한 "가입자 입장에서 재정관리를 잘하라는 취지에서 제시했다고 이해하고 있다"면서 "단기간에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상황을 봐가며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다만 구체적인 인상 수치도 언급하지 않은채 부대조건부터 내건 상황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영민 단장은 "부대조건은 허리띠"라면서 "옷도 입기 전에 허리띠를 먼저 끼워 넣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다"고 비난했다. 이어 "목표관리제가 공감할 만한 것인지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숙희 단장도 "1차 의료기관이 어렵다는 점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면서 "재정이 파탄났을 때도 의료인들이 감내하고 헌신했는데 흑자가 쌓여있는 상황에서 이를 몰라주니 야속하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표했다.

 

한편, 이날 밴딩폭이 정해진 만큼 공급자 간 눈치싸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실제 공급자 단체 관계자는 '치킨게임'이라며 "남의 것을 뺏어야 내가 사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공급자들 간의 공조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개괄적인 인상률이 제시되는 3차 협상에 어떤 변수들이 튀어나올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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