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보상책 '의료질향상분담금' 실효성 논란
속 끓는 병원계 “또 줄세우기” 비판…실질적 대안 마련 촉구
2015.07.21 12:07 댓글쓰기

[기획 2]선택진료 2차 개편이 9월로 예정돼있다. 이미 1차 개편에서부터 경영난 악화를 호소해 온 병원계는 적절한 보상책 마련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질향상분담금’이라는 카드를 제시했으나, 실질적인 보전이 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상반기부터 각종 공청회와 설명회를 열면서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뚜렷한 방법론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의료계에서 의료질향상분담금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 정립부터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가지 분야 연도별 지표안 공감대 얻지 못해

지난 4월 초에 열린 ‘선택진료료 개편에 따른 의료질향상분담금 시행방안 공청회’는 이와 같은 분위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그동안 복지부는 선택진료 축소에 따른 적절한 보상책 마련에 힘을 쓰겠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선택진료,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정책을 전면 수정함에 따라 줄어드는 병원계 경영 상황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제대로 된 보상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 병원계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번 공청회에서 처음 공개된 의료질향상분담금 평가지표(안)와 수가모형(안)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윤 교수(의료관리학)는 의료질향상분담금 정의를 ‘의료 질과 환자안전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 혹은 개선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보상기전’이란 문장으로 압축했다.


▲의료질과 환자안전 ▲공공성 ▲의료전달체계 ▲교육수련 ▲의학연구 5가지 분야에 걸쳐 의료질향상분담금 목표와 연도별 지표안[표]을 분석했다.


먼저 의료질과 환자안전은 환자진료체계, 정보체계 및 보고체계, 의료인력, 감염 발생률, 재입원 및 재수술 예방 또는 방지 가능성, 의료서비스 적절성 등의 평가지표로 구성됐다. 공공성으로는 의료이용 형평성, 건강보장체계 지속 가능성이 제시됐다.


또한 의료전달체계’ 영역으로 종별, 능력별 진료수준과 역할 충실성, 환자 이송 및 송 시스템 활용여부 등의 지표로 꾸려졌다. 교육수련과 의학연구의 경우 어떤 수준 정도가 확보돼야  의료질 향상과 환자 안전에 도움이 되는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김윤 교수는 “객관적인 평가가 없으면 환자 인식과 시장 판도는 바뀌지 않는다”며 “노력하는 병원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투명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체계와 적절한 보상이 마련돼야 한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아닌 별도의 관리 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제언했다.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는 "의료질향상분담금제도는 단순히 병원 수익 보전을 위해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환자들에게 이득이 될 수 있도록 의료질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복지부 손영래 보험급여과장은 “해당 제도는 ‘의료질 및 환자 안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복잡하고 난이도가 높은 어려운 정책이다. 그러나 국내 의료기관의 의료질을 직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관점에서 의료질향상분담금제도는 수익 보전이 아니라 보건의료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 즉 의료질과 의료 서비스 체계 개선에 무게 중심추가 실려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복지부는 의료질향상분담금에 대한 연구단계에 이어 실제 병원계 현실을 반영하는 정책 결정 단계로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보상안은 7월까지 마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으나, 아직 이해관계자들 입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4월 ‘의료의 질 향상과 비용의 적정성을 위한 환자안전관리방안 기초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환자안전 개념 도입과 이에 따른 실천과제 등이 명시돼 있다.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환자안전 분석시스템 구축 ▲환자안전 지표개발 및 모니터링 ▲환자안전 중심의 심사기준 개선 ▲환자안전 활동 재정지원방안 개발 ▲환자안전과 의료질 향상 지원사업 확대 ▲환자안전 도구 확산과 기초연구 수행 등이 실천과제로 포함됐다.


심평원은 “환자안전은 의료서비스 제공과 질 관리에 있어 기본적인 가치임에도 그간 주목받지 못했다”며 “환자안전관련 정책은 전무한 수준이다. 공공영역에서 환자안전 활동은 심사와 평가라는 규제영역에서 최소한도로 이뤄져왔다”고 이번 보고서의 배경을 소개했다.


결국 의료기관이 의료질향상분담금에 있어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특정 기준에 따른 우수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미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위해 시설, 인력 등에 대한 투자를 해온 병원계 입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올만하다.


특히 전문병원들의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미 선택진료 개편으로 전문병원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병원 중 종합병원급은 100%, 병원급은 52%가 선택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대한전문병원협의회 박춘근 보험위원장은 “정부 보상원칙은 선택진료비 축소에 따른 의료기관의 종별 손실분에 대해 수가 인상 및 질평가를 통해 손실된 부분에 대한 보전 사항으로 한정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존 종별분류체계의 테두리에서만 보전을 하게 되면 같은 종별에 있는 비전문병원과 선택진료 시행 비율 차이가 심하다”며 “따라서 종별 구분을 둔 보상체계는 전문병원의 선택진료 손실에 대한 보전이 없게 되거나, 동일한 종별 내 병원으로 배분돼 합리적인 보상이 이뤄지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당장 8월부터 적용될 의료질향상분담금 방안은 보전 대상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으로 한정될 전망이다. 병원급 의료기관에 배분된 보상 총액이 돌아간 손실 총액보다 높고, 병원급 선택진료 현황이 12.2%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 비롯됐다.


박춘근 보험위원장은 “병원급이 보전 대상에서 일방적으로 제외된다면 결국 52%에 달하는 전문병원은 보전을 받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현재까지 나온 보상 방안은 의료의 질적 격차를 심화시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택진료 개편 앞서 실질적 보상안 선행돼야”

병원계는 의료질향상분담금의 객관적 책정을 빌미로 새로운 평가 방식이 도입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선택진료 개편 초기에는 적절한 보상안을 마련할 것처럼 하다가 결국 의료기관의 수준을 평가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료질향상분담금 평가안은 기존에 있었던 인증평가, 적정성평가와 더불어 또 다른 병원계의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매번 평가를 위한 시간적·비용적 낭비만 일삼아야 되겠는가. 중복되는 항목은 과감히 배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B대학병원 관계자 역시 “우리나라 병원의 수준을 정부 당국이 너무 낮게 보는 것 아닌가 싶다”며 “평가 기준에 얽매이지 않아도 환자안전관리, 의료서비스 향상 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 작금의 병원계 현실”이라고 피력했다.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정책위원은 “선택진료 1단계 개편부터 엄청난 손실을 보는 병원이 늘고 있다”며 “별도의 투자비용이 없었던 선택진료를 축소해 놓고, 시의적절한 보상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