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정부여당은 벼르고 있고, 의료계는 떨고 있다. 전조는 있었다. 제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부터 정부여당은 의료계 ‘아킬레스건’을 수차례 거론했고, 보건복지부는 적극 호응했다.
지난 9월 4일 정부여당-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 간 합의로 의대 정원 확대 및 신설·공공의대 설립·첩약급여화 시범사업·비대면 진료 등 의료계가 규정한 ‘4대 악(惡) 정책’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으나 의사면허 취소 및 재교부, 수술실 CCTV 설치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의사면허 취소 및 재교부 등과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 정서’를 언급하면서 협조할 뜻을 내비쳤다.
실제로 지난 11월 13일 강도태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료인 결격 사유 확대 등은 물론 수술실 CCTV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국정감사가 마무리 되고, 본격적으로 펼쳐진 정기국회 입법전쟁에서 의료계는 ‘밥그릇’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까지 나선 시민단체 ‘기자회견’
한국백혈병·한국GIST·한국선천성심장병·한국1형당뇨병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건선협회 등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1월 6일 의사면허 취소 및 재교부·행정처분 이력 공개·수술실 CCTV 설치 등 관련 의료법 개정안 통과를 주장했다.
주목할 것은 이 자리에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을 비롯해 강병원·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참석 했다는 점이다.
특히 강병원·권칠승 의원은 제21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첫 국정감사에서 의료계 사안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강 의원은 의사면허 재교부 관련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살인·강간·아동 성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가 살아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의 원인을 지난 2000년 의약분업에서 찾았다. 당시 의료법 개정 시 의사들에 대한 ‘이중처벌’을 이유로 정부 등이 개악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8월 31일에는 ‘의사집단을 괴물로 키운 2000년 의료악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권 의원은 의사가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 면허 취소 및 재교부 영구 금지, 유령수술 및 대리수술 지시·방조·교사 의료인 면허 취소 등 의료법 개정안을 내놨다.
그는 “유령수술과 대리수술은 환자 생명을 위험에 내모는 중대한 불법 의료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시민단체와 함께 하지 않았으나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해 김남국·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보건복지부도 여당 의원들 주장에 공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월 17일 의사면허 취소와 관련해 “국민 정서와 부합하도록 하겠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고,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현재 국회에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의료법 개정안 2건이 발의됐다. 정부는 숙고 과정에 있다”고 답했다.
의사면허·수술실 CCTV, 與野는 ‘공감대’
의사면허 취소 및 재교부 등 내용을 담고 있는 강병원·강선우(3건)·권칠승·박주민·양향자·이정문 의원 등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 총 8건이다.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의사면허 취소와 재교부 사유를 제한한다는 내용은 동일하다.
여야 의원들은 성범죄를 포함한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범죄가 아닌 행위와 관련해서까지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법안소위에 참여한 A의원실 관계자는 “성범죄 뿐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경우라는 것이 있는데, 이 부분까지 취소하는 것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의사인 남편의 사업 실패로 인한 ‘파산’이 아내인 간호사에게까지 영향을 준다면 이는 과도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또 의료행위 중 과실이 일어났을 때 ‘형법’으로 처벌을 받은 상황에서 ‘행정처분’으로 면허까지 취소되는 부분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등 내용을 담은 김남국·박재호·안규백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 총 3건과 관련해서도 이견은 크지 않았다.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여야가 대부분 동의했으나, 수술실 내부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할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있었다.
B의원실 관계자는 “수술실 내부 CCTV 설치를 의무화로 할지, 자율적으로 설치하는 것을 법적 근거로 마련 할지 등 방법론에 이견이 있었다”며 “현장시찰, 관계자들 의견 수렴 등을 통해 논의키로 했다”고 귀띔했다.
이외에도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의료기관 인증 취소, 산부인과 명칭 여성의학과로 변경, 정원 기준 위반 의료기관 명단 공표, 감염관리위원회 설치 대상 의료기관 확대 및 의료인·종사자 등 예방 접종 의무화,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7일 이내 설명 의무화 등도 계속심사가 결정됐다.
의사면허 취소 및 재교부·수술실 CCTV 설치 등 계속심사가 결정된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추가심사 일정을 잡지 못 함에 따라 정기국회 내에서는 논의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정기국회 내 통과가 어렵게더라도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법안들의 경우 여야 합의로 12월 중 임시회기가 열리게 된다면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지역수가제 ‘통과’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정기국회에서는 의협이 4대 악 정책 중 하나로 규정한 비대면 진료가 통과됐다.
물론 감염병 시기 한시적으로 시행된다는 전제가 붙었지만, 의협은 의료영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며 반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보건복지위)는 11월 26일 비대면 진료 및 지역수가제 등을 의결했다.
우선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내용은 의료인·환자 및 의료기관 보호를 위해 감염병 사태 시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감염병 예방·관리에 조력한 약사에 대한 재정적 지원 근거 등 내용도 담겼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와 마찬가지로 의료계가 4대 악 정책으로 규정한 첩약급여화 시범사업도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11월 20일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스타트를 끊었는데, 여기에는 전국 한의원 1만4129곳 중 8713곳(62%)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수가제를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법(건보법) 개정안도 보건복지위 문턱을 넘었다. 건보법 개정안은 지역별 의료자원 불균형 및 의료서비스 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별로 요양급여비용을 달리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1인 1개소 위반 및 면허대여 의료기관·약국 등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 보류 및 부당이득 환수 근거가 마련됐고, 지급 보류 효력은 처분 이후에 청구되는 요양급여비용에도 영향을 미치도록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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