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안전한 담낭절제술을 위해 수술 전(前) 해부학적 구조를 확인하지 않은 대학병원 의료진에게 술기적 과실을 인정한 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법원 민사11부(재판장 김주옥)는 복막암을 치료하기 위해 담낭절제술을 받다 사망한 환자 A씨 유족이 B대학병원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병원에 65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지난 2017년 12월 당시 23세였던 환자 A씨는 직장암 진단을 받았다. 로봇 저전방전위술과 항암치료 중이던 A씨는 복막전이가 의심된다는 소견에 B대학병원을 찾았다.
2018년 1월 A씨는 B대학병원에서 복부CT촬영 등을 통해 복막암 4개 의심 소견을 확인했다. 이후 B대학병원 의료진은 복강 내 종괴를 제거하고 종양세포를 복강내온열화학요법으로 치료하기 위한 1차 수술을 치료했다.
1차 수술에서 A씨는 복강내 소장 표면에 광범위한 전이암이 발견됐다. 또한 우측 늑막하부위와 우측 간하부, 십이지장 사이에서도 전이상 종양이 관찰됐다. 의료진은 담낭 표면에 관찰되는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담낭절제술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술을 받은 후 A씨에게는 복강내 복수와 간주위 림프부종이 관찰됐다. 수술 부위에서 체액의 유출도 의심됐다.
이에 의료진은 복강내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항생제를 투여하며 경과관찰을 했다. 그러나 담즙은 줄어들지 않았고 의료진은 췌담관조영술(ERCP)와 자기공명담췌관조영술(MRCP)를 시행했다.
그 결과 담도손상과 함께 총담관이 절단된 것이 확인됐다. 같은 해 3월 의료진은 2차 수술로 경피적담즙배액술과 간관-공장문합술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담즙누출로 복막염이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이후 A씨는 3차 수술로 수술부위 재문합 수술을 받고 치료를 계속 받았다.
그러나 A씨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같은 해 5월 다른 병원으로 전원돼 호스피스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의 직접사인은 ‘상세불명의 결장의 악성 신생물’이라 기재됐다.
이에 A씨 유족은 1차 수술당시 의료진에게 술기상 과실이 있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 변호인은 이사건 담당의사가 1차 수술을 시행할 당시 칼로 삼각부위(윗변인 담낭동맥, 우변인 담낭관, 좌변인 총간관) 확인을 통해 수술 부위 조직의 해부학적 구조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담낭관만을 결찰하지 않고 총담관을 절단, 결국 후유증으로 A씨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B대학병원 측에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B병원 의료진은 당시 A씨 복강내 장기에 광범위한 유착이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A씨 상태로는 해부학적 구조를 확인하면서 통상적인 술기로 수술을 시행해도 불가피하게 총담관 손상이 발생했을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족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우선 손해배상 근거가 되는 주의의무 위반에 대해 유족 측에 입증의무가 없다는 전제를 뒀다.
재판부는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은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과실과 환자의 사망 간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밝혀내기가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며 “(사망에)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실이 증명되면 의료상 과실로 추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진료기록감정촉탁 회신결과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감정촉탁을 한 C대학병원 감정의는 의견서에서 ‘A씨 칼로삼각부위의 담낭관이나 총담관을 확실하게 확인하지 못해 담도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감정의 또한 해부학적 구조물을 정확히 확인하고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으며, 이같은 구조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을 만한 사정이 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 총담관 절단은 B대학병원에서 이뤄진 1차 수술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인정됐으며, 피고 의료진이 해부학적 확인 등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함으로써 총담관의 손상을 초래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의료진 과실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함으로써 환자와 유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분명하므로 금전적으로나마 이를 위로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