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에 취약한 정신병원의 입원 병동 관리 강화를 위해 최근 발표된 정부 정책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탁상공론’이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최근 정신병동 감염예방을 위해 입원병동 내 입원실 면적을 확대하고, 병상 수를 줄이며 병상 간 거리를 1.5m 이상으로 하는 입원실 규정 변경 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난 1997년 '정신보건법'이 최초로 제정될 당시 정신의료기관의 입원실 설치 기준은 일반 의료기관과 동일했다.
하지만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되면서 '입원실을 제외한 연면적이 입원실 면적의 2배 이상인 경우 다인실은 1인당 3.3㎡ 이상'이라는 예외를 인정했다.
또한 정신의료기관은 지난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예방을 위해 다인실을 없애고 병상 간 간격을 조정하는 등 사후 정책 개선 대상에서 제외되며, 이는 정신병원 입원실은 비좁고 과밀한 환경으로 연결됐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정신의료기관에서 집단감염 발생 등 감염병의 취약성이 드러나자, 정부는 정신의료기관의 감염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입원실 면적 기준은 1인실의 경우 현행 6.3㎡에서 10㎡로, 다인실은 환자 1인당 4.3㎡에서 6.3㎡로 넓어지며, 입원실 당 병상 수는 현행 최대 10병상에서 6병상 이하로 줄고, 병상과 병상 사이의 거리는 1.5m 이상 떨어져야 한다.
또한 모든 정신병원 진료실에 비상문이나 대피공간을 설치하는 방안을 소급 적용토록 해 신규 개설 의료기관뿐 아니라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까지 해당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시설을 변경해야 한다.
이와 관련,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4일 성명을 통해 "밀폐된 공간에서의 생활이라는 특성상 병상 간 거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감염병이 유입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개정안이 그대로 실행되면 의료기관은 공사를 위해서 휴원하거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폐원할 수밖에 없다"며 "시설 보완으로 갑자기 퇴원해야 하는 환자들은 갈 곳이 없으므로 오롯이 환자와 가족들 몫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안전에 대한 우려는 감사한 일이나 시설 마련까지 현실적 대안 없이 의무화된다면 또 다른 짐이 될 뿐"이라며 "비현실적인 개정안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안의 제시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금까지 정신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주요 감염 사례를 보면 지난 2~3월 경북 청도 대남병원 102명, 3~4월 대구 제2미주병원 182명, 9~10월 서울 다나병원 68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