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지호기자] 유료 접종이라고 했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무료로 한달 새 바뀌었다. 백신 약값만 최소 59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여 보건당국과 예산당국의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신년사를 통해 '전국민 무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선언했다. 일반인에게는 접종비를 받겠다던 한달 전(前) 정부 입장이 바뀐 것이다.
작년 12월 8일, 당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도입 관련 브리핑에서 "백신 비용(약제 값)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단 무료로 보급할 생각"이라며 "필수 인력 접종비에 대해서는 정부 부담하고, 이외에는 적정하게 그 비용을 자가부담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비용은 크게 백신 공급가액(약물값)과 접종을 해주는 의사 행위에 대한 시술료(접종비)로 나뉜다.
박능후 前 장관의 발언은 의료기관 종사자를 비롯해 노인 등 우선 접종 권장 대상자 등 필수인력에 대해 접종비를 전액 지원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는 우선 접종 대상이 아닌 일반인은 접종비를 따로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백신접종 관련 소요 예산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논란이 있어 왔다. 핵심 내용은 ‘투명한 예산 집행과 부족분이 없는지’였다.
선금 등 백신구매 예산 집행현황에 관한 5일 국회 질의에서 질병관리청(질병청)은 각 제약사에 선급금(10~30% 사이) 지급을 완료했으나 향후 수급 상황에 따른 잔금 결제 예정이라는 점과 ▲모더나에는 선급금 미지급 ▲COVAX의 경우 30%(850억원) 지급 완료 등의 내용을 보고했었다.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얀센에 대한 구체사항은 답변하지 않았다.
질병청은 이날 예산 부족을 호소하기도 했다. 질병청은 백신 구매 예산 총 1조2000억원)이 확보됐지만 예비비 편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백신 구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런 와중에 하루 아침에 대통령이 전국민 백신 접종 무료를 선언하며 백신 접종을 위한 추가적인 예산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대통령 지시대로 전국민 무료접종을 실시할 경우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가 구랍 29일 발표한 백신 확보분인 1억600만회분(5600만명분)에 대한 비용은 최소 2조8873억원에 플러스알파(모더나·코백스 퍼실리티 계약액)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재정 투입설 제기돼 추이 주목
이태규 의원실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국고 부담을 추계한 결과, 시술비용에는 2조373억2000만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억600만 분에 질병관리청 비용심의위원회가 확정한 1회분당 시술료 1만9220원을 곱한 값이다.
상기금액은 백신 공급가액은 제외한 것이다. 백신 약값은 최소 5900억원에서 최대 8000억원 이상 예산이 더 필요하다.
아스트라제네카 2000만회분(1000만명×2회분), 화이자 2000만회분(1000만명×2회분), 얀센 600만회분(6000만명×1회분)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모더나 4000만 회분(2000만명×2회분), 코백스 퍼실리티 2000만 회분(1000만명×2회분) 등 미계약분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백신 예산 일부를 국민건강보험재정에서 충당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무료접종 비용을 국가예산으로 한다는 취지이지만 사실 건강보험재정은 국가 예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건보재정에서 충당하려면 사회적 합의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의결을 거쳐야 한다.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이라 의결 자체는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정작 건보공단은 "무료접종 비용 일부를 건보재정으로 충당한다는 얘기를 언론 보도로 처음 알았다"며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에 질병청은 "대통령의 신년사가 있은 후 하루 뒤인 12일 코로나19 백신 구매비와 예방접종 부대비용 관련 예산을 확보함에 따라 코로나19 예방접종 시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년 1월 5일 1차 예비비로 코로나19 백신 구입비 8,571억 원을 확보했고 12일에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실시를 위한 부대비용 380억 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