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손을 대지 않고 저절로 되는 건 없다. 같이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대면 진료를 어떤 방식으로 도입하는 것이 의료계 우려를 불식시키고, 정부의 필요성을 이해시킬 수 있을지 서로 고민해야 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NECA) 한광협 원장은 18일 서울 모처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논란을 빚고 있는 ‘비대면 진료’ 도입에 대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한 원장은 “상의는 없이 한쪽에서는 당위성을, 다른 한쪽에선 광우병과 같은 과도한 공포만 조성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의료계가 어떤 부분을 두려워하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시대 환자들은 의원을 방문치 않으려는 경향이 크다. 이 때문에 비대면이라도 환자를 보는 게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내부 강성이 있다고 계속 손을 대지 않을 수 없다.
한 원장은 “이낙연 전(前) 총리가 정책은 너무 어려운 머리보단 꼬리부터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비대면 진료도 개원가 부담이 적고, 절실한 곳부터 시작하면 된다. 거동 불편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비대면일 경우 대면보다 돈을 더 받아야 한다. 진료비를 1.5~2배 줘도 본인 입장에서 차비 등 절약이 된다”면서 “문제가 있다면 연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리더십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의견이 상충될 경우 리더는 분별력이 있어야 하며 비난이 두려워 손을 대지 않거나 기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NECA는 연구기관이기 때문에 ‘하라’, ‘마라’가 아닌 적용 여부에 대한 근거를 찾고 제시한다. NECA는 리더의 판단을 조력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는 “비대면 진료는 거부한다고 없어질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당 연구를 하는 것이며, 근거가 불분명하다고 판단되면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류하면 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기술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효율성 최대화 노력"
자타 공인 간질환 분야 권위자인 한광협 원장은 아시아태평양간암학회(APPLE) 초대회장, 대한간학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간학회(IASL) 회장으로 선임됐다.
NECA는 보건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 경제성 평가 등을 통해 보건의료정책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해 왔다. 이 때문에 한 원장은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원장은 “공단, 심평원까지 다 연구기관을 갖췄다. 절대 유관기관과 경쟁할 생각이 없다. 다른 곳에서 해주면 오히려 고맙다. 하지 않으려고 하는 부분을 우리가 담당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소개했다.
이곳에선 전체 160명이 일한다. 예산은 170억원 정도지만 실질적으로 용역과제 등을 통해 230억원 규모로 운영된다. 연구원 모두는 석박사로 전문성을 갖췄다. 하지만 국내 의료 규모를 감안하면 크다고 말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복지부, 식약처, 공단 및 심평원 등 유관기관들과도 더욱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대한의학회와 진료지침을 새롭게 정립하는 등 의료계 단체들과의 활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한광협 원장은 “가장 큰 문제가 방법론적 전문가 있지만 의사, 치과의사 등 임상경험자가 한명도 없다는 점이다. 이곳의 급여체계로는 전문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예산이 없다고 손을 놓을 수 없어 자문위원을 확보해 협력하려 한다. 임기를 마칠 때 일이 많아졌다는 우리 연구원 식구들의 원망을 들었으면 하는 목표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