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대학병원 의료진이 유방암 항암제를 변경한 건에 대해 영상의학적 소견이 없다는 이유로 급여를 삭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처분은 적절하지 않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14부(재판장 이상훈)는 대학병원 측이 심평원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비용 감액조정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고 3일 밝혔다.
2015년 이사건 A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앞서 좌측 유방암을 진단받은 환자를 받게 됐다.
해당 환자는 2007년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위해 부분유방절제술을 받았다. 당시 의료진은 병기가 진행됐던 환자에 보조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 및 허셉틴 치료도 실시했다.
환자를 살핀 A병원 신경과 및 종양내과 의료진은 상완신경총에 유방암이 전이됐다고 판단, 항암화학요법으로 할라벤주를 투여해 경과를 관찰했다.
MRI 검사를 실시한 결과, 영상학적 질병 진행 소견은 없었다. 하지만 이후 환자의 통증이 더 심해졌고 움직임 장애가 악화되는 소견도 관찰됐다.
환자를 다시 살핀 A병원 종양내과 의료진은 ‘할라벤주 투여에도 질병이 진행되는 상태(PD)’라고 판단했다. 이어 할라벤주 투여를 중단하고 트리스투주맙엠탄신 성분의 케싸일라주를 투여했다.
이후 의료진은 케싸일라주와 항암제 주사료 등에 대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
그런데 A병원 요양급여비용 청구를 받은 심평원은 약 7765만원의 요양급여감액조정처분을 했다.
현행 법령과 규칙에 따라 항암제를 변경하기 위해 필요한 의료진 소견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심평원장 공고 ‘암환자에게 처방, 투여하는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에 따르면, 수술 후 보조요법 중이라도 항암요법에 실패했거나 종양표지자 검사가 상승했어도 영상진단 검사를 통해 재발여부를 평가해야 동일한 급여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A병원 의료진들은 CT나 MRI검사를 통해 질병이 진행되는 소견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진 재판에서 A병원 측은 "삭감 처분이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A병원 측은 “종양내과 전문의가 증상적 기준에 근거해 치료 지속여부에 관한 결정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지 않고, 항암제 변경에 필요한 반응평가를 반드시 영상학적으로 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10mm 미만 작은 병변이나 측정할 수 없는 병변인 경우 영상기법으로 측정할 수 없으며, 또 A환자 경우처럼 유방암이 상완신경으로 전이된 경우 병변의 경과가 영상검사에서 명확하게 나타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치료(항암제 변경)가 요양급여기준 위반이라고 하더라도, 의료진은 의학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캐싸일라주를 투여한 것은 의학적 근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 처분은 비용 억제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춰 요양급여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 의료기관이 효과가 낮은 의약품을 처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 같은 처분은 의료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A병원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영상의학적 소견이 없다‘는 처분 사유는, 심사평가원장 공고 사항의 해석 범위를 넘어 A환자에 대한 요양급여대상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해 해석한 결과로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심사평가원장 공고는 영상검사 결과에 따른 영상의학적 질병의 진행상 태 확인을 항암제 변경 요건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영상학적 검사 결과 병의 진행상태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더라도 통증의 증가, 부작용 발생 등 임상 증상을 함께 고려해 질병 진행상태로 판단할 수 있고, 그런 의학적 판단이 현저히 자의적이거나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면, 항암제 변경 투여의 적정성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심평원 삭감 처분을 취소했다.